북한이 잔꾀를 부리고 있다. 떼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보여온 행태대로 협박을 겸하고 있다. 북한의 로켓발사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긴장 등 최근 경색되어가는 남북관계를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며, 그것을 빌미로 개성공단에 관한 남북간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는 통보를 해 온 것이다.


이것은 개성공단의 폐쇄라는 협박을 겸하고 있다. 정확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이후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겠지만, 우선은 돈을 더 달라는 의도로 분석된다. 개성공단의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동안 길들여져서 보여 온 협상태도와 다르지 않다.


북한은 언제나, 어떤 판이든 깨버리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고, 그러면 우리는 그 판이 깨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모든 요구조건을 거의 다 들어주는 식이었다. 그렇게 길들여진 것이다.


남북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개성공단은 유지 발전되어야 한다. 개성공단이 통일을 위한 발판이고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사람도 없다.


그러나 모든 협상은 신뢰와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신뢰와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서는 협상은 성립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상호 동등한 이득을 전제로 해서 출발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이득이나 손해를 전제로 출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동등한 선에서 출발하여 서로 간 협의와 합의하에 양보를 해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신뢰와 원칙을 바탕으로 합의된 사항은 지켜져야 한다. 어느 한 쪽이 합의의 파기를 무기로 내세워서 재협상이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제 더 이상은 하나를 내주고서 열을 더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개성공단으로 더 이득을 보는 것이 어느 쪽인가.


개성공단은 기업들이 참여해서 벌이는 사업이다. 사업은 이윤이 남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홀로 정책적인 판단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정부 혼자만의 판단으로 기업의 이윤을 포기하게 할 수도 없거니와 손실을 정부가 메꿔주어야 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메꿔준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일 아닌가.


수혜자가 누군지를 생각해보고, 일방적인 파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끄는대로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억류 3주일을 훌쩍 넘기고도 면회 한 번 못하고 있는 우리 근로자의 신변문제를 언제까지 눈치를 보며 처분만 바라고 있을 것인가. 할 말은 먼저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