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국민의당 충남도당 부위원장/ 전.당진군 재선의원)

 

당진이 2012년 1월 1일 시로 승격하면서 당진시민들의 자긍심이 하늘을 찔렀던 때가 있다.

환황해권 중심지역으로 대한민국 경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어느새 인가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대제철을 필두로 철강 기업이 몰려오면서 지역경제가 일어섰고 석문산업단지의 준공으로 산업의 다양화를 비롯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잡초만 무성한 석문산업단지를 보면 한숨만 나오는 실정이다. 그리고 왜 석문산단을 이대로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석문국가산업단지의 분양률은 현재 20% 초반에 정체돼있다. 입주기업 대비 가동업체 비율은 34%에 불과해 입주기업 3곳 중 1곳은 공장가동을 중단한 셈이다. 당진시민들은 석문국가산업단지에 대해 수도권은 아니지만 서울과 크게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했기 때문에 공장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었다. 산업단지가 활발하게 돌아간다면 그만큼 당진시민들에게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근 몇 년 동안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분양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상태가 심각하다.

석문국가산업단지의 장기 미분양 원인에는 몇 가지 큰 요인이 있다. 우선 국가산업단지 입주를 위한 국가보조금 지급을 위해 구분하고 있는 일반지역, 수도권인접지역, 지원 우대지역의 분류다. 정부는 현재 기존 일반지역에 수도권 인접지역과 지원우대 지역으로 세분해 차등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입지 보조금과 설비투자 보조금의 경우 지원우대지역은 각각 40%, 24%, 일반지역 30%, 14%, 수도권 인접지역 30%, 14% 범위에서 차등 지원한다. 국가의 보조비율에 있어서도 지원우대지역의 경우 75%, 일반지역 65%, 수도권 인접지역 45%로 각각 지원 한도가 다르다.

석문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수도권 인접지역으로 분류돼 타 지역의 산업단지에 비해 지원이 약하다.겉으로 뚜렷이 보이는 보조금 차등지원 이외에도 석문국가산업단지의 분양을 저해하는 요인은 또 있다.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과 건설비가 많이 투입되는 것이 분양이 안 되거나 분양을 받아놓고도 공장을 짓지 않는 큰 이유다.

지난 10년간 수도권 지역에 묶여있던 규제들이 해제 되면서 기존에 석문산단에 계약을 했던 기업들이 수도권에 공장을 지었고 덕분에 당진의 공장수요가 크게 줄었다. 매립지라는 특성상 건물을 지을 때 땅 속의 지반까지 파일을 항타하여 기초 받침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기업에서 흘러나온다.

불편한 교통과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석문산업단지의 경우 접근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서해안 고속도로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서해안 고속도로가 막힐 경우 대안이 없어 문제가 된다. 당진시가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출인구가 적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기업을 끌어 들이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도권 규제가 강화 되면 다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적폐청산에 묻혀 국정과제 몇 순위에 있는지 거론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말도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진시에서 석문국가산업단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나 정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관중을 끌어 모으기에는 4번 타자면 족하지만 우승을 하려면 포수가 필요하다는 야구 명언이 있다. 흔히 포수는 투수가 던진 공을 받는 역할을 하는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9명이 뛰는 그라운드 안에서 감독의 역할을 대행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다. 포수는 유일하게 수비수들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사실상 수비수 전체를 지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팀에는 항상 좋은 포수가 있고 좋은 포수는 좋은 리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당진시에는 석문국가산업단지 미분양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와 갈등이 많이 존재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렵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순간적 위기까지 판단, 해결방법을 찾는 그런 좋은 포수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