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찬 만 / 마라톤 기획단장

육상경기의 꽃이라 하는 마라톤은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고도의 체력과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이다.
혹자는 마라톤이야 말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 초반에 체력을 소진하고는 결승점을 담보할 수 없으며 달리면서 끊임없이 거리와 시간과 자신의 체력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마라토너들은 자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해왔다.
기록을 단축시킨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인간의 한계를 한단계 끌어 올리면서 새로운 도전 과제를 남기기 때문이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수긍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엔 과학과 의학의 발달이 기록 단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이 마라톤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로지 선수의 체력과 정신력으로 달리던 시절,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운동화 바닥을 긁어내고 팬티의 길이를 억지로 잘라 줄이기도 했으니 마라톤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이다.

마라톤 기록은 대회가 열리는 곳의 코스마다 날씨, 바람, 주로의 고도등 조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세계 신기록은 공인되지 않으며 세계 최고 기록으로 쓰이고 있으나 실제로는 신기록이라는 말이 통용되기도 한다.


최초의 공식 마라톤 기록은 미국의 존 하예스가 1908년 7월 24일 세운 2시간 55분 18초4이다. 그후 기록은 주로 미국과 유럽 선수에 의해 바뀌었고 1925년 10월 12일 미국의 알버트 미첼슨이 2시간 29분 1초 8로 30분 벽을 처음으로 돌파하였다.


이후 미국과 유럽선수에 의해서 단축되던 기록이 1935년 3월 31일 일본의 스즈키 후사시게라는 동양인에 의해 2시간 27분 49초 0으로 단축되었으며, 같은해 4월 3일 일제하의 손기정이 2시간 26분 42초로 끌어 내리고 이듬해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었다.


손기정이 세운 세계 최고 기록은 10여년동안 깨어지지 않다가 해방 후인 1947년 4월 19일 한국의 서윤복이 2시간 25분 59초로 갈아 치웠으니 세계인이 깜짝 놀랄 일을 바로 한국인이 해낸 것이다.


1952년 6월 14일 독일의 제임스 피터스는 2시간 20분 42초 2로 최고 기록을 세운후 53년 6월 2시간 18분 40초 2로 자신의 기록과 함께 20분벽을 깨고 53년 10월, 54년 6월 연이어 최고 기록을 수립하여 이부문 (세계 최고 기록 횟수) 4회연속 기록 수립이라는 또다른 진기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58년 8월엔 소련의 세르게이 포포프가, 1960년 9월 10일엔 이디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가 세계 기록을 수립 하였는데 당시 군인이었던 아베베는 42,195km의 아스팔트를 맨발로 뛰어 유명세를 탔다.
1963년 2월에는 일본의 영웅 토루 레라사와가 2시간 15분 15초 8로 최고 기록을 갈았으나 15분벽을 돌파하지 못해 많은 일본인이 못내 아쉬워 하였다.


15분벽은 같은 해 미국의 레오나르도 에델렌에 의해 깨졌고, 이듬해인 64년 6월 독일의 바실 하트리가, 같은 해 이디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가 최고 기록을 갈았으니 맨발의 아베베는 2회 연속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이라는 대기록도 함께 수립하였다.

1965년 6월엔 일본의 모리오 시게마츠가 최고 기록을 갈았고, 1967년 12월 3일에는 오스트리아의 데렉 클레이톤이 2시간 9분 36초 4로 인간의 한계로 여겨졌던 2시간 10분벽을 처음으로 돌파하여 찬사를 받았으며 그는 69년 5월에도 2시간 8분 33초 6으로 기록을 단축하며 마라토너에게 10여년간 깨어지지 않은 기록을 숙제로 남겼다.


데렉의 기록은 1981년 12월6일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로버트 드 카스텔라에 의해 15초가 앞당겨졌으며 이는 마치 손기정의 기록이 10여년만에 같은 한국인인 서윤복에의해 깨진 것과 비슷한 양상이 반복된 것이다.

1984년 10월에는 독일의 스티븐 존스가, 85년 4월에는 포르투칼의 카를로스 로페스가 세계 최고 기록 수립 대열에 동참하였고, 88년 4월에는 이디오피아의 벨라이네 딘사모가 2시간 6분 50초로 기록을 수립, 이후 한 동안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10년 후인 1998년 9월 20일 브라질의 호나우도 다 코스타가 2시간 6분 5초의 기록을 수립하였으며 이듬해인 99년 10월에는 모로코의 할리드 하누치가 2시간 5분 42초로 기록을 수립, 처음으로 2시간 5분대의 기록을 남겨 한동안 깨어지기 힘든 기록이라 하였으나 2002년 4월14일 자신의 기록을 4초 앞당겨 아프리카인의 자존심을 한껏 치켜 세우는 기록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2003년 9월 28일 케냐의 폴 터갓은 마침내 2시간 4분 55초로 마의 5분벽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신소재로 만든 운동화등 과학과 의학의 발달이 얼마나 마라톤의 기록을 줄일 수 있을 것인지에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하였다.


2007년 9월 30일에는 맨발의 아베베를 떠오르게 하는 이디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리셀라가 2시간 4분 26초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현재 남아 있는 최고 기록은 하일레 게브리셀라가 2008년 9월 28일 세운 2시간 3분 59초로 역시 당분간은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라 하고 있으나 미국 켄터키 주립대학의 연구원에 따르면 지구력, 근력, 스피드등 최고의 신체조건을 갖춘 선수가 날씨, 코스, 운동화등 최적의 조건 속에서 달릴 경우 1시간 57분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 경우 100m당 16초 63의 속도로 질주해야 하니 과연 인간의 한계가 언제 1시간 57분까지로 앞당겨 질 수 있을 지 또한 영원히 깨지지 않는 기록은 과연 나올 것인지 나오면 누구에 의해 이루어 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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