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 원 / 신성대학 복지행정과 교수


두 달 가까이 계속된 촛불집회와 이에 따른 개각을 보면서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대기업 CEO출신인 이명박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높은 지지율을 믿고 쇠고기협상과 관련하여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였다.

‘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과 쇠고기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고, 축산농가 및 먹거리 안전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여 설득하면 될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기업에서 ‘이익이 남는 것이라면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실시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젖은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는 살피지 못하였다.



말 뿐인 소통

이러한 통치스타일은 이미 정부 출범초기 청와대와 내각에 대한 인사에서 나타났었다. 그때도 문제는 있었지만 ‘인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다’라는 논리와 ‘일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하여 일부 인사를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그의 인사행태를 둘러싼 국민들의 불만과 소외감은 잠재되어 있었다. 이대통령은 취임초기부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제스처에 불과하였고 세대의 변화를 따라 잡지는 못하였다.

운동권세력과 관련하여서도 그는 6ㆍ3세대 출신이지만 세월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고 국민과의 관계에서도 소통의 한계를 나타냈다.
개인의 인생에서 젊은 시절이 질풍노도의 시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이념적으로 획일화된 사회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고 오늘의 젊은이는 다양한 개성이 표출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따라서 그는 시대변화에 따른 세대간의 인식차를 극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촛불광장간의 소통장벽도 해소하지 못하였다. 이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며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아침이슬’ 노래만 듣고 그것을 멈추게 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일부 논자는 그가 ‘성공의 덫’에 빠질 것을 염려하였다. 성공신화를 만든 그에게 대통령 당선은 당연한 것이었고 따라서 본인의 표현대로 ‘경쟁자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성공은 해본 사람일수록 다시 하기 쉽다.


성공의 비결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성공한 사람은 교만에 빠지기 쉽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는 경향이 많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오늘의 상황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소통부터 배워야

6월말 이임한 DHL코리아 앨런 캐슬스 사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하면서 ‘소통이 부족한 한국의 기업문화’를 지적하였다.
또한 “사소한 일까지 상사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상명하달식 구조가 한국 기업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민첩하고 유연한 문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캐슬스사장도 언급했듯이 우리 기업문화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급변하는 경제ㆍ사회적 환경속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뿐이다.
지난 10년을 실패한 역사로 치부하고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명명하여 집권한 이대통령은 그 속에서 교훈을 얻었어야 하는데 반사이익만 얻은 것 같다.


지난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적절한 학습효과를 얻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위기관리능력의 부재를 너무 쉽게 드러냈다. 현 상황이 체제위기로 까지 번지지는 않겠지만 뒤늦게라도 정치의 메커니즘을 인식하여 불운의 지도자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이야기한 섬김의 봉사정신을 철저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과단성과 역동성도 필요하지만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당연한 듯 생각하는 잘못된 문화가 외국인들의 눈에는 문제해결의 결정적인 단서로 비춰지는 경우가 있다.

수직적 위계구조, 경직된 사고, 권위주의적 문화속에서 체질화된 소통장애현상을 이대통령이 소통의 리더십으로 풀어나가 경제도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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