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허심탄회한 이미지를 지금까지 적절히 잘 활용하여 왔다. 정치를 시작하여 여의도에 진출하고, 낙선의 고배를 드는 과정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역정을 보면 이 이미지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참 잘 활용해 왔다. 이 이미지에 그 특유의 뚝심이 상호 상승작용을 하여줌으로써 수많은 역경과 시련을 극복해 나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 허심탄회한 이미지와 특유의 뚝심 앞에서 상대는 별 힘을 쓰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세련된 이미지나 신사적 면모 등으로는 노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오히려 포장으로 매도되거나 진실성을 의심받게 하는 감점요인이 될 뿐인 경우도 많았다.


물론, 대통령을 거치고 전직 대통령이 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가십(gossip)거리가 되어 수많은 유행어의 주체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이미지만은 노 전 대통령의 상징으로 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철통같은 이미지가 여지없이 실추되는 위기에 도달해 있다.


국민들은 참담할 뿐이다.


대만이나 홍콩 신문들이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이 뇌물수수 혐의사실을 모두 부인에게 떠넘긴 태도와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글을 같은 시각으로 몰아서 대서특필했다거나, 전 세계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을 향한 사과말씀이 가슴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다고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되어질 진실이 배제된 변명성 해명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거부가 명치를 치밀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완곡한 표현으로 말장난이나 하는 식이 되어가지고서는 진실을 가리거나 호도할 수 없는 법이다.

솔직의 대명사였던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그 이미지만은 버리지 말기를 희망해본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사실을 조금도 숨기거나 빼거나 보태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밝혀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사된 내용이나 알려진 사실 외에 조사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일까지도 스스로 밝혀서 국민들에게 솔직한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무슨 법률적 평가나 판단 이전에 국민적 평가와 판단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대통령을 지낸 분이 양심에 반하거나 비겁하다는 인상을 주어 비난을 받는다면 국민은 더 비통하고 분개하게 될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일은 빠를수록 좋다. 시간을 끌어서 괜한 억측만 난무하게 해서야 득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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