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시 - 문현수

멀리서 할머니들이
농로길를 점령하고 왁자지껄
부산스럽게 떠들며 걸어오신다

"워디들 댕겨오슈? 농사일 끝내고
예쁘게 차려입고 선보고 오시나"
"그려 선보고 온다. 에그"
"병원에 다녀와"
"왜 누가 아프셔"
"아녀 쑤시고 저려서 추수 끝났으니
다 같이 가서 침 맞고 오는 중이여"

하긴 어디 다리 뻗고
편히 쉬어 보셨겠나

한 평생을 해뜨기 전 일어나서
해가 져야 들어갔으니

힘든 일들도 남자 못지않게
척척 해냈으니

아프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하지

쉼없는 일들은 내일도
그 할머니들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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