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샘 호천웅

친구 세 명이 잇따라 죽었다.
죽을 친구들이 잇따라 전화했다.
문상을 가자는 전화였다.

한 친구가 묻히는 무덤 앞에서 환상에 빠졌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잇는 죽음의 광야 길,
그 귀퉁이에서 광야를 건너는 모습들을 봤다.

캐디락 타고 달리고 버스도 타고 달렸다.
승용차, 손수레도, 트럭도, 승합차도...
자전거 탄 이도 있고, 뛰거나, 걷는 이도 있었다.

광야 건너 저 세상 찾아가는 모습들
각기 다른 사람들, 각기 다른 모습들...

한 친구, 트럭에 겨우 매달려가고
다른 친구, 말 타고 샛길로 빠졌다.

또 한 친구, 처절했다.
뜨거운 사막 길에서 넘어지고, 허덕이고...

믿음 모르고 산 벌(罰)인가!
길 잘못 든 업보(業報)인가?

환상에서 깨어났다.
아니여! 아니여!
그게, 그건 아녀!

그리고 사념에 잠겼다.
내가 죽은 뒤에 나는 광야 길을 어찌 넘어 갈 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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