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심층취재] 열매 맺는 가을, 도심 가로수가 수난을 겪고 있어요

열매가 익어가는 계절인 가을을 맞아 충남지역 가로수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6일 당진문예의전당 앞 공원을 비롯해서 인도에는 여러 가지 가로수들이 열매를 빨갛게 맺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맛있어 보이는 열매를 따려는 행인들 때문에 일부 가로수의 경우 가지가 부러지거나 파란 잎사귀까지 떨어져 땅바닥에 버려지고 있었다. 조경수나 가로수가 열매를 맺어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에 관리당국에서는 ‘열매 채취 금지’를 나무에 붙여서 경고하기도 하고 가로수를 보호하는 안내문을 내걸거나 순찰도 돌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일석 씨는 “우리에게 좋은 공기를 선물하는 나무를 만지거나 해쳐서는 안 된다. 아픈 나무를 사랑하는 운동이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로수의 고통은 이뿐만 아니다. 최근 서산지역 벚나무와 버즘나무, 포플러류 등 활엽 가로수가 흰불나방에 의해 잎이 거의 남아나지 않을 정도의 피해를 입고 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활엽수 잎을 먹이로 하면서 일부 가로수 등은 생육에 지장을 받아 고사,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에 의한 가로수 피해 등이 확대됨에 따라 당국은 이달 말까지 긴급방제 기간을 설정해 주요 도로변 가로수와 공원, 등산로 등에서 방제를 강화하고 있다.

방제차량과 방역 차량 등을 동원하고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읍·면사무소는 지원받은 방제단을 꾸려 약제를 투여하고 있다.

미국흰불나방은 1년에 두 번 번식하면서 유충이 두 차례에 걸쳐 활엽수 잎을 갉아먹어 방제가 쉽지 않아서 피해가 심한 도시 주변 가로수와 정원수 등 생활권 주변에 대해 집중 방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천안지역에서는 은행나무 가로수 잎이 노랗게 마르고 있다. 잎이 마르는 나무는 은행나무길에서 자라는 150여그루 중 20%인 30여그루 정도다.

이런 현상은 은행나무를 '시목(市木)'으로 지정한 인접 아산시도 비슷하다. '국내 100대 아름다운 길'로 지정된 아산 은행나무길의 아름드리 은행나무 일부도 황화현상을 보인다.

천안시와 아산시는 황화현상 원인 파악을 위해 나무병원에 의뢰한 결과 '봄 가뭄 후유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산시 관계자는 "지난 봄 극심한 가뭄 탓에 겨울철 제설용으로 뿌린 염화칼슘이 나무 주변에 그대로 남아 있고, 농도도 높아진 게 요인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화현상이 나무의 생육을 더디게 하지만 말라죽게 할 정도로 위협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산시는 영양제를 공급하고 거름을 주는 등 가로수 수세 회복을 위해 힘을 쏟기로 했다. 이춘근 아산시 공원녹지과장은 "미네랄 성분이 많은 비료를 용액 상태로 잎에 뿌려주는 엽면시비를 통해 은행나무 수세 회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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