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지신 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생활체육지도사로 일하던 지인이 무릎 십자인대에 부상을 입고 수술을 했습니다. 3주간의 입원과정을 거쳐 퇴원 후에도 보조기를 착용하고 당분간은 목발을 짚어야 하는 장애인 아닌 장애인 신세가 되었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식당이든 커피숍이든 어딜 가든 왜 그렇게 장애물이 많은지. 그리고 정작 목발을 챙겨 내리려면 널따란 주차장이 필요한데 장애인증이 없으니까 일반 주차를 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내릴 때 좁은 공간에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더라구요.”

“실제로 몸이 불편하니까 장애인주차장을 이용하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지요?”

“그러니까요. 너무 불편하니까 장애인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나 생각했다가도 장애인스티커가 없으니까 그럴 수 없잖아요. 말씀대로 현실은 그렇더라구요.”

“그래도 소중한 경험을 하셨네요. 장애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니까요.”

이분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처럼 영구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지체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일정 기간 임시로 스티커를 발부해 주어 최대한 배려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11일 아침 일찍 서령고등학교 1학년 293명의 학생들과 인솔 교사 9명이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충북 음성꽃동네를 향했습니다.

첫날 학생들은 눈을 가리우고는 벽을 잡고 이동하며 시각장애인이 되어보았습니다. 두 다리를 묶고 손이 발이 되어 바닥과 계단을 오르내려도 보았습니다. 이동하는 것 자체가 고통입니다. 손이 없는 장애인이 되어 발로 종이접기도 해보았습니다. 잘 될 리 없습니다. 학생들은 체험하는 내내 진지했습니다. 볼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인 지를 몸소 체험하고 알았습니다. 그리고 볼 수 없다는 것, 걸을 수 없다는 것, 손으로 누군가를 안아줄 수도 없는 그 고통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적어도 장애인을 만나면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할겁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우리 온 국민이 이와 같은 체험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잠깐의 체험만으로도 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해해야 배려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니까 장애인 교육시설 설립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최근 강서구에 장애인 학교 설립과 관련하여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장애인 교육시설을 기피시설로 치부하며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습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아이들이 학교가 없어서 매일 2~3시간씩 통학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데 돌아보지 않습니다.

장애인이 몸과 마음은 불편해도 마음껏 웃을 수 있게 배려해주는 대한민국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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