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비정규직 해고자 4년간의 투쟁…

현대제철 비정규직 해고자의 투쟁
2013년 7월 16일. 현대제철 앞 주차장에서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28살의 젊은 노동자는 사측이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징계위를 열겠다고 통보한 상태였다. 다행히도 그는 일찍 발견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결국 해고됐다. 회사의 부정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는 그렇게 자신의 일터를 떠나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당시는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노조가 결성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때였다.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불렸고 그들은 노조 결성과 조직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5명은 재계약 거부로 사실상 해고됐고, 징계를 통해 다른 3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징계 해고자 중 한 명이 극단적인 시도를 한 후 결국 다른 길을 걷게 됐지만 함께 징계 해고된 다른 두 명은 아직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복직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노조 강화 때문에 미뤄둔 복직투쟁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두 명의 해고노동자인 이환태(50), 최병률(42) 씨가 지난 5일부터 현대제철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이하 현대제철비지회)는 2700여명으로 확대될 정도가 되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해고상태로 '원공정 복직'을 주장하며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해직과정은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의 건설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2012년 8월 결성된 현대제철비지회는 2개월 후인 10월 금속노조로 인정을 받았다. 이후 상당 기간 현대제철비지회는 사측을 상대로 노조인정 투쟁과 조직 확대를 위해 힘썼다.

그 싸움은 치열했고 결국 8명의 조합원이 2013년 7월경에 해고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중 5명은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3명은 징계 해고를 당했다. 노조가 제대로 힘을 갖기도 전에 사측은 근무지 이탈(업무방해) 등의 이유를 내걸고 이들을 해고했다.

이환태씨는 "당시 노조 측 교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사측과의 교섭 때문에 십여 차례 정도 휴가계를 제출했습니다. 관리자들과 협의도 되었구요. 이상하게 징계가 있기 전 막판 시기에는 사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것을 근거로 사측 관리자들이 무단결근이라며 징계 해고를 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 참을 수가 없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원공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조활동으로 인해 재계약을 하지 못했던 다른 5명 중 다른 길을 간 1명을 제외하고 4명의 노동자는 2014년도 4월에 모두 복직했다. 일손을 놓은 지 약 1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본인들이 일하던 원공정으로 가지 못하고 모두 생소한 다른 현장으로 보내졌다.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는.

최병률씨는 "당시 복직한 노동자들 중 기계 설비를 보던 사람이 지금은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들이 원래 일하며 땀과 눈물을 함께 한 동료들과 헤어지게 된 거죠. 우리 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가 천막농성을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몸이 힘든 것이 아니라 동지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입니다. 불안한 신분에 외로움이 더해지게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실 복직투쟁을 마음껏 하지도 못했다. 2013년에 해고를 당한 이후 2014년에 다른 노동자들은 복직을 했지만 이 두 명은 조합원 확대를 위해 노조 간부 활동에 매진했다. 자신들의 복직 문제는 자연스레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노조 가입에 혹여나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환태씨는 "노조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해고자 문제를 전면에 걸기에는 노조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리들도 동의했구요"라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이들의 복직 문제를 교섭대상으로 올리려고 노력했지만 사측은 징계 해고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이를 무시했다. 이들은 그렇게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해고된 상태로 무심한 시간만 흘러갔다.

교섭 테이블에 복직문제를 올리는 문제를 타진하는 선에서 이루어지던 싸움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린 것은 2016년부터다. 이때부터 선전전을 진행하며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현대제철 비지회의 내부사정 때문에 더 이상 복직 문제를 미뤄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4년의 시간은 너무 오랜 세월이었다.

"해고는 살인"
최병률씨는 "해고는 살인입니다.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동료들과 술 한 잔 하는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에게 일하지 못하는 고통은 참기 어렵습니다. 그동안은 노조 활동으로 위안을 삼았지만 가족들을 위해서도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노동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작년 약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정문 앞 길바닥에서 노숙투쟁을 했다. 작년에는 임단협이 마무리 되면서 노숙농성도 정리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천막농성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기약할 수 없다.

이환태씨는 "해고자들이 천막 농성에 들어간 이유는 해고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입니다. 그 동안 해고생활이 길어지면서 가족들의 고통 역시 누적되고 있었죠. 나와 가족들을 위해서도 복직이 됐으면 합니다. 둘만이 싸워서 될 일은 아니고 현대제철비지회 전체 조합원의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도 전체 조합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의 문제 역시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더 바랄 것이 있다면 원청 노동자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습니다. 이 천막농성장을 중심으로 원청·하청 노동자가 함께 연대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최병률씨는 "쌍용차 투쟁을 통해서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어요. 더욱이 우리는 노조인정 투쟁 속에서 징계해고를 당했습니다. 정치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노조할 권리 등 노동3권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동3권을 지키기 위한 노조 설립 과정에서 부당하게 징계해고 된 것이죠. 이제는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제철의 하청업체는 1·2·3차와 외주용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일터에는 비정규직이라고 불리는 1만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현대제철 정규직 현장인원인 4500여명에 비해 배에 가까운 인원이다.
현대제철은 이 와중에도 공정자체를 외주화 형태로 늘려가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을 추가로 양산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이 두 사람은 현대제철 노동자가 이런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양산을 저지할 수 있도록 단결하고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투쟁 속에는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 노조 활동 문제, 장기 해고 문제와 같은 고통이 집약 돼 담겨 있다. 두 노동자의 천막농성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이 문제가 풀리는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이들은 2014년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정을,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사측은 민사법원으로 이 문제를 가져갔고 결국 대법원은 부당한 해고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작년 초에 원청인 현대제철을 상대로 불법파견에 따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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