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 민주노총 당진시위원회 운영위원

지난 7월 20일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근거해 발표된 당진시의 운영 계획이 현재 당사자 및 지역 노동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규직 전환대상을 ‘현 근로자를 원칙으로 한다’는 가이드라인에 반해 당진시는 이전 근로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원 신규 채용한다는 원칙을 발표하였기 때문입니다. 현 근로자만을 전환대상으로 한다면 상대적으로 장기 근속한 이전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전원 신규채용이 필요하다는 당진시의 의견도 상당히 타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당진시의 의견을 순수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참에 누군가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당진시의 공공부문 기간제 채용에 있어 지역 유지나 시청 고위직의 빽이 없으면 힘들다는 소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가이드라인에 의해 구성되어야 할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도 전혀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환심의위원회의 ‘외부위원은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하되 노동계 추천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이를 대표한 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떠한 선발과정을 거쳤는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이러한 지적과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은 당진시가 주장하는 형평성 원칙에 대한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채용 대원칙은 ‘고용승계’와 ‘공정채용’입니다. 고용승계의 차원에서 현 근로자(가이드라인 발표일 기준)의 전환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은 이론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채용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전환 심의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와 이들의 효율적인 활동을 위해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것은 당진시의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당진시가 제기한 전직과 현직의 형평성 논란은 공정채용의 관점에서 제기한 것일지라도 방향착오일 뿐만 아니라 지역 노동자간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과 우려를 거둘 수 없습니다. 하루 속히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을 거두고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표격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할을 다하는 당진시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비정규직의 문제의 핵심은 차별입니다. 차별은 노동자를 가르고 위계를 만들어 냅니다. 이것은 낮은 위계 노동자와 높은 위계의 노동자 사이의 임금과 노동조건 차이를 만들 뿐만 아니라 이 위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그 위치를 각인시키는 통제행위를 필요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높은 위계의 노동자들에게 허구적 자부심이나 사용자와의 일체감이 주입되고 낮은 위계의 노동자에게 무력감과 순종심이 주입되기도 합니다. 대다수 국민의 희망과 무관하게 오직 자본가의 희망과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비정규직은 이제 노동자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차별에 익숙해진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을 일상화한 자본과 정권보다는 같은 노동자임에도 자기 위에 군림하는 높은 위계의 노동자들에게 더 분노하기 때문입니다.  사회구조적으로 숨겨져 있는 문제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법입니다. 또한, 차별은 또 다른 차별을 양산합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안전판 삼듯 1차 하청은 2차 하청에게, 2차 하청은 3차 하청에게 갈수록 낮은 위계의 노동자에게 고통을 떠넘깁니다. 타인의 고통을 전제로 나의 안위를 담보하려는 것은 야만입니다.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바른 인식과 해결은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문제이며 동시에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공공부문에 현재 31만명의 비정규직이 있으며 이는 전체의 16.9%에 달합니다. 만일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으로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전체 공무원의 을 넘어 서며 단시간 근로자 등 통계누락자를 포함할 경우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비정규직이 공공부문에 존재하는 이유는 공공의 영역에서 조차 비용과 이윤의 시장논리로서 정규직의 역할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즉, 그간 정부 스스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데 앞장섰음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대한 방향을 환영하며 동시에 합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무기계약직을 이미 정규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며 민간부문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출범한지 100일이 조금 더 지난 정부이니 너무 과한 기대나 요구는 무리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외쳐야 합니다. 개혁하라!  더 개혁하라!!  제대로 개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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