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전문기자 김종서

2017년 개봉한 영화 중 첫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를 보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실제 상황을 택시운전사라는 민중의 눈으로 재조명한 영화이다. 택시운전이라는 일상에서도 국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를 실감케 한다. 그래서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서울 택시 운전사, 김만섭은 딸과 함께 단 둘이서 반지하에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그는 중동에서 많은 돈을 벌었으나 아내의 병원비로 다 쓰고 겨우 중고 택시를 장만해 생활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글세 4달치 10만원을 못낼 정도로 절박한 처지이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의 영어를 할 수 있다. 이를 살려 전남 광주시에 가면 10만원을 주겠다는 독일 ARD기자 피터를 만나게 된다.

피너 기자는 계엄군의 통제로 광주는 엄청난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자로서의 사명감으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광주 취재에 나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광주에 도착한 피터 기자와 김만섭 운전기사는 이유없이 무참하게 군인들에게 살해당하는 민중들을 본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어야 할 군인이 어떻게 무고한 민중에게 무차별 살상을 할 수 있는가?란 의분을 느낀다. 

이에 운전기사 김만섭은 광주 시민들과 함께 부상당한 시위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리고 피터는 기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열심히 참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렇지만 계엄군에 의해서 폐쇄된 광주를 벗어난다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광주 택시 운전사, 황태술은 동료 기사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김만섭과 피터 기자를 광주에서 탈출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피터는 무사히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피터와 헤어질 때 피터는 중고택시를 고칠 수 있도록 돈을 보내겠다고 하지만 만섭은 생뚱맞게도 다른 전화번호와 이름을 가르쳐 준다. 그 후 위르겐 힌츠페터 독일기자는 생전 김만섭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했으나 그렇지만 그는 1984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피터 기자도 2016년 암으로 사망했다.

5.18 광주항쟁은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이후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사건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지만 신군부측은 아직도 북괴 간첩의 소행이라서 불가피한 조치이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많은 사상자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발포자가 누구인지?  왜 발포를 했는지?’ 정확한 사실이 규명되지 않았다.

민족지도자 고 함석헌옹은 ‘잘못된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불행해진다.’는 말씀을 늘 하고 다니셨다. 잘못 된 역사에 대한 사실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책임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잘못된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사태도 결국에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였기 발생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에 야욕을 가진 자들은 역사를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만심을 갖고 국정을 농단하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5.18 광주항쟁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고 철저하게 과거 적폐를 청산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가 비전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국민이 주인으로써 대접받을 수 있고 국민주권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시대를 열어나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광역단체장을 중심으로 하는 제2의 국무회의를 구성토록 헌법개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당진시가  새로운 지방분권시대에 지역주민 주권을 확립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지역문제는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는 길이다.

지금까지 지역개발사업도 중앙정부가 나서서 예산을 배정하고 자기방식에 의한 계획에 의해서 직접 처리해 왔다. 때문에 지방정부나 지역주민들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역 유지들이 중앙정부가 움직일 수 있도록 정치적인 네트워크를 동원하는 방법이외는 별다른 방안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역주민 주권시대가 개막되면 중앙정부의 대부분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되고 지역주민들이 그 지역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아무런 지역개발사업도 추진될 수 없게 된다. 지금도 예산제도가 주민주도형 공모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역문제를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민공론화시스템에 의해서 지역개발사업이 계획되고 실행하게 될 것이다.

당진시는 90년때까지 전통적인 농어촌 마을에서 이젠 당진항만, 당진산업단지가 입주한 도농융합복합도시형태를 갖추고 있다. 당진시의 지역문제는 단순한 농어촌, 축산업의 문제뿐 아니라 당진항만과 당진산업단지라는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은 문제까지 당진시민들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폭넓게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민관거버넌스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당진시는 출향민 42만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다면 멋진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

택시운전사 김만섭, 그리고 피터 기자와 같은 동지애적인 애국심으로 지역경제를 발전시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독재체제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그들의 공로를 높이 치하해야하겠지만 앞으로 지방분권시대에서의 지역경제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5년, 10년 후 당진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를 중앙정부에 설득해 나가는 논리를 개발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역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당진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중앙정부의 설득 논리를 개발해 나갈 수 있는 당진을 사랑하는 모임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덴마크의 영웅, 달가스가 피폐해진 덴마크를 농업 선진국으로 건설하기 위해서 ‘밖에서 잃은 것은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국민들의 자주적인 의식개혁을 주창하였다. 그래서 덴마크를 농업선진국으로 만든 것과 같이 새로운 당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당진문제는 당진시민들이 나서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식혁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당진의 미래를 설계하고 중앙정부의 설득논리를 개발할 수 있는 민관거버넌스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당사모(당진을 사랑하는 모임)은 앞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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