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것이 허물어져 내릴 때 갖게 되는 실망과 허망을 간단하게 형언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터이다. 그 기대라는 것이 충분히 실현가능하다는 생각으로 간절히 소망하고 믿어온 것이라면, 그 실추를 바라보는 마음은 실망보다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지만, 기대에 믿음까지 보태졌었다면 그 배신감의 크기란 산술만으로는 계산불가일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바로 이러한 국면을 보면서 자조하고 있다. 실없는 기대를 그것도 믿음을 보태서 해댔다는 후회로.


정권이 바뀌면 의례히 불어대던 사정 바람. 이번에는 별 문제 없이 지나가리라고 믿었다. 국민 대다수는 참여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 가장 젊고 가장 도덕적인 정부라고 믿었다. 대통령 자신은 물론 친인척도 측근들도 실세들도 모두 청렴의 표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보복이니 표적이니 하는 말들에 우선 수긍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이 그게 아니라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내세워 보여주고 주장한 것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그 이면에서는 참여정부 이전의 정부들에서 줄줄이 보여주었던 추한 모습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답습정도가 아니라 절대 덜하지 않았던 듯하다. 참 신기한 노릇이다. 필부도 타산지석(他山之石)쯤 모르지 않는데, 어찌하여 역대 대통령들의 수신제가는 이처럼 낙제점이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도.


바람론을 말하는 이도 있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흔들었느냐, 스스로 흔들어 바람을 일으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일에서는 원인은 따질 것도 없다. 결과로만 말하는 것이다.


역차별론을 말하는 이도 있다. 개인의 사생활, 행복추구권, 인권, 인격 등을 말한다.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이 자제되어야 한다. 공민권 제한이 아니다. 대통령의 취임선서에 준하는 의무와 책임을 다짐해야 한다. 대통령가족의 자격으로 이미 국민의 신망과 사랑을 받게 되지 않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국가나 대통령의 체통을 깎는 가벼운 행보나 불법은 금기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은 권리는 없고 절제와 의무만 있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단호히 이 부끄러운 고리를 끊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 그래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 이제는 그럴 때도 되었다.


역대 대통령이 연루된 비자금이니 축재니 하는 구설은 참으로 참담한 얘기다. 퇴임 대통령을 국민들이 굶길까봐 걱정이 되더란 말인가. 청빈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진 것이 오히려 욕이 되고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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