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집안 흥망의 역사를 품고 세류리의 이야기가 된 ‘왕소나무’

우강면 세류2리 소개마을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있다. 당진시에서는 82년 보호수로 지정하고 당시에 170년이 된 나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훨씬 오래된 나무라고 생각한다.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오래 된 이 소나무를 ‘왕소나무’라고 부르며 칠월 칠석이면 제사를 지낸다. 올해도 어김없이 ‘왕소나무제’를 지냈다. ‘왕소나무제’를 당진시가 후원한 것은 올 해로 4번째이지만 주민들은 그 훨씬 이전부터 ‘왕소나무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세류2리 노인회장인 홍웅표 어르신은 “옛날에는 세류2리의 용샘물을 퍼내고 샘제를 지낸 후 깨끗한 첫 물을 떠다가 왕소나무에서 제를 지냈다”라고 말했다.

왕소나무는 소개봉 아래의 옛 최씨 집안 터를 마주하고 있다. 옛부터 일대에서 가장 큰 부자로 통하던 최씨 집안은 인근에서 ‘내 땅만 밟고 평생을 살 수 있다’고 할 정도의 부를 소유했다고 한다. 병자호란 화평론자였던 최명길의 자손으로 알려진 최씨 집안은 한국전쟁 이후에 남양주로 이주해 버렸다.

최 씨 집안은 모두 떠났지만 그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은 현대식으로 개조되긴 했지만 여전히 옛 기와 지붕으로 된 가옥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정면으로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왕소나무 역시 최씨 집안이 심은 것으로 주민들은 믿고 있다. 홍웅표 어르신은 “옛날 어느 도인이 최씨 집안을 찾아 ‘동쪽으로 나무를 심으면 관직에 오를 것이요, 남쪽으로 나무를 심으면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라고 옛이야기를 말했다.

도인의 말을 들은 최씨 집안에서는 관직을 택했고 집터의 동쪽에는 은행나무 감나무 두 그루, 그리고 그 끝에 왕소나무가 남아 있다.(감나무 중 한 그루는 도로포장으로 죽어버렸다) 그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은 나무들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끝에 왕소나무가 있다.

정말 최 씨 집안의 후손들이 수많은 관직에 오른 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최 씨 집안의 선산이기도 했던 소개봉에도 많은 나무를 심은 것으로 마을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홍웅표 어르신은 “소개봉에 있던 큰 소나무는 삽교천을 따라 배를 타고 올라오면서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6·25 전쟁통에 그 좋은 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썼다고 한다. 옛날 어른들이 말하길 그 사람이 큰 화를 입어 죽었다고 한다. 확인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이야기가 전해지는 걸 보면 그 나무를 사람들이 신성시했던 것은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칠월 칠석이면 열리는 세류2리의 ‘왕소나무제’를 준비한 김상주 이장은 “지금은 어떻게든 왕소나무제를 지내고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지금은 노인회장님도 계시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있지만 이걸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옛이야기를 전해 준 홍웅표 노인회장 역시 “지금은 샘제를 지내던 용샘 역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샘제가 사라진 것처럼 왕소나무제가 없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인데 걱정이 많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8일 열린 ‘왕소나무제’는 무사히 치러졌다. 제사를 마치고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마을을 묶어 주고 있는 왕소나무가 아직은 제 역할을 다해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마을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