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동문동 한 경로당을 찾아보았습니다. 할머니 방을 내다보니 한쪽에서는 마사지 침대 위에 할머니를 납작 뉘여 놓고 동문동 부녀회장이 굽어지고 뻣뻣해진 어르신 등짝을 구석구석 어루만지며 재능기부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이 어깨가 뻣뻣해서 침을 맞으러 가야쓸랑가 했드만 우리 부녀회장님이 만져주니께 싹다 풀려서 안가도 쓰겄구만유.”

한 어르신이 마사지를 받고는 일어나 앉아 축 늘어진 젖가슴 가릴 것도 없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찬찬히 윗옷을 챙겨 입습니다. 어르신들만의 특권이라면 특권입니다.

바닥에는 서너 분 자리 깔고 빙 둘러 앉았는데 치매가 예방된다고 하니까 10원짜리 동전 쌓아놓고 화투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경로당에 비치돼 있는 10원짜리 동전 수를 세어 똑같이 나눠 시작했기 때문에 네 돈도 내 돈도 아니건만 그저 누가 따고 잃었는지에 따라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습니다.

“10원짜리 별것 아닌데 이상하게 잃으면 기분이 나쁘쥬?”

“그라쥬. 따믄 좋쥬.”

옆에서 그저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께 “함께 참여하시지 그러냐?” 여쭈니 “서너 명 밖에 못혀유. 괜찮아유. 이렇게 구경만 해도 좋아유.”하십니다.

거실을 중앙에 놓고 건너편에 마련된 할아버지 방을 내다보니 두세 분이 눕거나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십니다. 방안은 온통 침묵이 흐릅니다.

매일같이 별다른 프로그램도 없이 텔레비전을 보거나, 다리 구부리고 앉아 화투놀이를 하거나, 그저 옆에서 구경하면서 무료함을 달래는 어르신들이 안타깝습니다.

말은 사회복지가 잘 돼 있고 노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데 막상 어르신들은 방치돼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어쩌다 한번 보건소에서 나와 운동시켜주거나 가뭄에 콩 나듯 봉사단체라면서 와서는 노래 불러주고 가는 것 말고 프로그램 많다는 복지관조차도 방문할 수 없는 형편에 놓인 이 어르신들에게도 눈높이에 맞춰 매일매일 이뤄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로당에 반찬값으로 매달 지급된다는 5만원에 무한 감사하고, 두 개 사면 하나 더 주는 일명 투플러스 원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눈물나게 고마워하는 이분들이 남은 생애를 살아가면서 무료함에 몸서리치지 않도록 사회가 관심을 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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