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 이런일이 <화제의 인연> … 당진시청 손학승 팀장과 전민협 주무관

술마시고 이야기 나눴던 선배님이 알고보니 어렸을적 생명의 은인
세상은 넓고도 좁아… 26년 지나 동료로 만나니 더욱 신기


91년 늦여름의 기억 - 손학승 팀장

젊은시절 어떤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당진읍사무소에 발령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문면의 교로리 선착장까지 낚시를 갔다. 91년도이니 32살 때다.
네모나고 넓은 신형 보트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둘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낚시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트에 있던 학생들이 이상한 짓을 한다. 어느 새 밀물로 가득 찬 선착장으로 한 학생이 수영을 해 낚시대를 뭍에다 내어 놓고는 다시 보트로 돌아간다. 그리고는 다른 한 친구를 등에 업고 선창장에 보트를 묶은 줄을 잡고 나오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생각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물이 깊어서였을까? 걱정하던 대로 등에 업힌 녀석이 사라져 버렸다. 형이 붙잡고 말릴 새도 없이 나는 어느새 속옷 바람으로 아이를 구하러 바다로 달려 들어갔다. 바다 속을 살펴보니 기절한 녀석의 머리카락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대로 잡아 채 가까운 보트로 학생을 건져냈다. 심폐소생술을 하니 돌아간 눈이 돌아왔다. 학생을 봉고차로 실어 병원에 보냈다. 사람들이 고생했다고 말해 줬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바위에 다 쓸려 버린 살갗이 새삼 쓰렸다.
사람을 구한 무용담이지만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가끔 생각은 나지만 사람들에게 새삼스레 말할만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그 녀석이 잘 살고 있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 입으로 무용담을 할 시기도 지났다. 너무 오래되었다. 젊은 시절 어떤 용기가 나서 그랬는지 지금도 신기하다.


91년 늦여름의 기억 - 전민협 주무관

‘아, 오늘 망둥이 많이 잡았는데...’
옛날 일들이 분명하게 머릿속을 필름 돌아가듯이 지나간다.
수면 위로 간신히 떠 오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어떤 아저씨가 체육복을 벗으면서 속옷차림으로 나에게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그 뒤로는 기억이 없었다.
‘아 이렇게 죽는거구나’ 어린 나이었지만 그렇게 죽음을 보았다. 다행히 그것이 진짜 마지막은 아니었다. 잠깐 정신을 차리면 친구와 망둥이 낚시를 하던 보트 위, 봉고차 안, 병원, 다시 응급차 안, 그리고 다시 병원. 잠깐씩만 기억이 났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당진읍내의 병원까지 숨이 붙은 채로 실려 왔지만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수속을 거절했다고 한다. 당진에서 천안의 순천향병원까지 이송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익수 사고로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결과 종양까지 발견되었다.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다시 이동해 종양을 제거했다. 죽을 뻔한 고비를 두 번이나 넘겨 버렸다. 91년 늦여름 어린 나이 14살에 겪은 일이다.
이제 당진시청의 어엿한 공무원이 되었지만 가끔 그 때 생각이 난다.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묵직함. 나를 구해준 사람도 공무원이라고 했는데 당시에도 어머니가 찾지 못한 사람을 26년이 넘어서 찾기는 힘들 것이다. 잠시 공무원을 했던 사람이거나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갔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화제의 인연
최근 당진시청에 화제의 인물 둘이 있다. 회계과 경리팀 손학승 팀장과 세무과 세정팀의 전민협 주무관이다. 이들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와 낚시를 하다 익수사고를 당한 전민협 주무관을 당시 32살의 청년공무원 손학승 팀장이 구한 옛 인연이 알려진 때문이다. 이들은 세무과와 회계과라는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항상 얼굴을 보며 생활을 같이한 동료였다. 하지만 옛 인연을 확인한 것은 지난 21일이다. 우연찮게 손학승 팀장의 이야기를 옆에 있던 전민협 주무관이 듣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고, 다시 만난 기쁨을 누렸다. 손학승 팀장은 “‘세상은 넓고도 좁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6년이 지나서 만난 것도 신기하지만 그 학생이 이제 같이 근무하는 동료라는 것이 더욱 신기하다. 참 좋은 인연이다”라고 말했다. 전민협 주무관 역시 “같이 술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선배님이 내 생명을 구해 주신 분일줄 꿈에도 몰랐다. 당시 병원에 실려 간 덕에 병까지 고쳤다. 보통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아버지로 모시기로 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살 사람은 살듯이 만날 사람은 언제고 만난다. 다시 만난 사람이 이런 사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히 인연이라 말해도 좋을 듯하다. 좋은 인연이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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