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협회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 충남회장

최근 한 이주여성이 시아버지에게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이주여성은 19명에 달한다. 임신한 몸으로 아파트 9층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해 숨진 베트남 여성부터 보험금을 노린 남편에게 살해당한 캄보디아 여성도 있다.

이주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도 문제지만 국가적인 편견이 더 큰 문제다. 정부기관이 발간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재가 여성을 가사노동 영역에 한정된 존재로 묘사해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논란도 있다.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충남 결혼이주여성 생활 실태와 정책방향’이라는 주제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배우자의 가족이나 친척관계에서 차별을 경험한 결혼이주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28.2%에 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이주여성 본인의 차별 경험은 ‘거리나 마을에서’ 차별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29.5%, ‘대중 교통 이용 시’ 30.2%, ‘상점, 음식점 등’ 27.3%, ‘공공기관’ 16.7%, ‘직장 및 일터에서’ 24.9%, ‘학교나 보육시설에서’ 21.0%, ‘배우자의 가족 또는 친척관계에서’ 28.2%에 달했다.

이는 직장과 가정, 마을 등 일상 곳곳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이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가족 혹은 친척에 의한 차별 또한 30%에 가깝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 전반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가정 내부의 문제 인식과 변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사회가 결혼이주여성을 한 시민으로 여기기보다는 가사노동자 정도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할 때다. 이에 정책적인 차원에서 이들의 특수성을 살려서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와 관련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이 의료관광 코디네이터가 돼서 해외환자 유치 사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충남도는 도내 이주여성 67명이 단국대병원과 함께 운영한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수료했다고 22일 밝혔다.

수료생들은 중국와 일본, 러시아, 베트남, 몽골 출신으로 한국어에 능통한 이주여성들 가운데 선발돼 8주간의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통해 암 질환 환자의 치료·관리, 건강검진·치과진료, 온천과 연계한 수중재활체조, 고객 응대 방법 등에 대한 실무 위주의 교육을 받았다.

충남도는 앞으로 이들이 모국에서 건너온 환자와 가족들의 통역, 의료상담, 진료지원, 관광안내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주여성들을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로 양성해 해외환자 유치 사업을 위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연계해 심화과정을 개설하고 일자리 창출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그 가능성을 열어준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방안을 찾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들이 더 이상 가사도우미 정도로 취급 받지 않도록 사회적인 인식 개선과 공동체의 노력도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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