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자식 군대 보내는 에미 애비 마음 
 
나라의 부름을 받고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 아침. 이발소를 함께 찾은 아빠가 아들의 인증샷을 보내왔습니다.

수 년을 한 미용실 만 다니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21살 청년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천편일률적으로 6미리 길이에 맞춰 이발을 했습니다. 적잖이 상처를 받았겠다 싶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와우! 강단 있어 보인다! 드디어 진짜 사나이가 된 것 같어! 정말 멋지다!"

아무렇지 않은 척, 씩씩한 척 답을 해주고는 이내 참았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흐릅니다. 짧은 머리를 보니 실감이 납니다. '진짜 가는구나!' 훈련소에 따라 가려고 이른 아침부터 곱게 화장을 했는데 마스카라를 안하기를 잘했습니다. 했더라면 여지없이 팬더곰이 될 뻔 했습니다.

그렇게 어색하게 푸르스름한 까까머리로 귀가한 아들에게 바쁜 일 잠시 접어 놓고, 평상시 좋아하는 흰 찹쌀밥을 짓고, 비싸서 평상시에는 어림도 없는 한우떡갈비도 특별히 지져내 정성껏 상차림을 합니다. 왠지 어미로서 그래야 도리일 것 같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앞에서 설명할 때 딴 생각하지 말고 귀 기울여서 잘 듣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훈련에 잘 임하고, 잘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 밥을 먹는 중에도 엄마의 잔소리는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군대 가는 아들은 적어도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훈련소를 향해 가는 차 안에서도 당부의 말을 빙자한 잔소리를 해대며 도착한 훈련소에는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함께 온 가족들과 친구들로 벌써 북적이고 있습니다. 5주간의 훈련과정을 상세하게 안내해주는 글과 사진들을 훑어보며 긴장을 풀어봅니다.

쭈욱 둘러보니 입소식을 갖기도 전에 벌써부터 눈이 뻘건 엄마도, 아빠도 있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도,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도 먼 길 마다 않고 손자녀석 배웅하려고 지팡이 들고 동행했습니다.

"우리 삼촌한테 화이팅 하자!" 삼촌이 어딜 가는 지 알 리 없는 어린 조카녀석은 동생을 가진 엄마 어깨에 걸쳐 이내 잠이 들고 맙니다.

한 켠에서 우렁차게 소리 모아 앞으로 고생 할 친구에게 화이팅을 해주며 격려해주는 고마운 친구들도 있습니다.    

'고무신 절대로 거꾸로 신지 않겠다' 다짐하며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여친을 안타까워 바라보는 한 훈련병의 젖은 눈망울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습니다.

그렇게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이별을 고하고 있을 때 입소식을 알리고, 훈련병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모두 내 아들입니다. 교관이 입소식 전에 연습을 시킵니다. 경례 하고 손을 모두 내렸는데 한 친구가 어안이 벙벙하여 손을 내리지 않고 있을 때는 앉아 있는 부모들은 웃으면서도 다 내 자식인냥 안타까워 합니다.

덩치는 커다랗고, 성인이라 불리워도, 부모의 눈에는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한 이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겠다며 참 반듯이도 줄을 지어 섰습니다. 어느새 훈련병 모두의 몸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맨 뒤에 선 훈련병은 얼마나 힘이 들어갔는지 엉덩이가 바지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또 한 번 웃습니다. 목소리도 금새 꽤나 우렁차졌습니다. 모두 잘 해낼거라는 믿음이 생겨납니다. 그렇게 조금씩 진짜사나이들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5주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며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데 가슴이 또 먹먹해집니다. 아들 앞에서 웃어 보이고 뒤돌아서서는 이내 흐르는 눈물들 닦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바쁜데 오지 말라'는 남편 말에 "기자로서 훈련소에 아들 남겨 놓고 돌아와야 하는 에미 마음이 어떤지 몸소 체험해 봐야 할 것 아니냐"며 따라 나섰는데 이런 거 였습니다.

"머리를 자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감회가 새롭더라. 벌써 내 아들이 장성해서 나라 지키겠다 군대도 가는구나 싶어 자랑스러우면서도 아비로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더라. 마지막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날 뻔 한 걸 꾹 참았네."

"아이구야, 이제 우리집 음식물 쓰레기는 누가 버리냐."

화제를 돌리며 애써 웃어보지만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식 군대 보내는 에미 애비의 마음이 이런 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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