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가 없는 건강한 장터공동체

▲ 똘뱅이장터 돗자리판 중고 생활용품들을 가지고 나와 판매한다


쇠락해 가던 당진시의 원도심 활성화 방안들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습니다. 당진시청 청년정책팀도 원도심 활성화라는 목적과 청년창업 지원프로그램을 결합한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원도심에는 이보다 앞서 유사한 사업이 진행돼왔습니다. 바로 '당진똘뱅이장터(아래 똘뱅이장터)'입니다.

지난 10일, 당진1동 주민자치센터 주차장에서 똘뱅이장터가 펼쳐졌습니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똘뱅이장터는 어느새 4년 차가 되어 갑니다. 이제 똘뱅이장터는 어엿한 원도심 순환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똘뱅이장터는 크게 세 가지 판으로 구분됩니다. 돗자리판, 수공예판, 농산물판입니다. 돗자리판은 집에서 쓰던 제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아이들도 직접 앉아서 부모님과 판매합니다. 또 당진시자활센터에서 고물을 담당하는 분도 장터에 나오기 때문에, 안 쓰는 물건이나 못 쓰는 물건도 팔 수 있습니다. '아나바다' 섹션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수공예판은 수공예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팔면서 아이들의 체험 공간으로 운영합니다. 돗자리판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거의 다 팔게 되는 경우에 아이들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함께 즐기는 장터가 됐습니다.

똘뱅이장터는 어떻게 마련되었을까?

 

▲ 아이들에게 책을 판매하는 거름책방

2012년 당진시자원봉사센터에서 당진성당으로 올라가는 옛 군청사 옆길을 벽화거리로 조성했습니다. 이 벽화거리를 어떻게 활용할까 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똘뱅이장터입니다.

한 해 뒤인 2013년에 장터가 처음 열렸습니다. 당시 이름은 기획 의도가 담겨 있는 '벽화거리장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5년 당진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장터의 사무국이 되면서 '아나바다 벽화거리 장터'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2016년도에는 당진도시재생추진협의회가 사무국을 맡았습니다. 그때 장터 이름을 지금의 똘뱅이장터로 바꿨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장터의 운영을 담당하는 운영위원회를 청년 중심으로 구성하고, 정체성을 온라인 세계에 익숙한 '디지털 유목민'과 오일장을 떠돌아다니던 '장똘뱅이'를 연관 지어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실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키워나가려고 했습니다.

아쉽게도 똘뱅이장터의 첫 번째 청년 정책은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청년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지속해서 참여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애초 계획한 청년 정책이 똘뱅이장터에서 꽃피진 못했지만, 장터는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초창기부터 장터에서는 문화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지역 예술인들이 공연과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장터가 자리를 잡자 이제는 아예 기획 단계부터 똘뱅이장터와 협의를 해 공연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공연 등으로 인해 자리가 커질 경우에는 이번 달처럼 당진1동 주민자치센터 주차장에서 열기도 합니다. 이번 장터에는 당진의 다양한 청소년단체들이 똘뱅이장터 날에 맞춰 공연을 보여 주었고, 동아리별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한 다양한 부스들이 함께 펼쳐져 장터 특유의 분주함이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똘뱅이장터가 처음부터 이렇게 크게 열린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장터 초창기에는 시민단체, 당진시 산하의 센터들, 지역의 몇몇 수공예품 작가들 중심으로 장터가 펼쳐졌습니다. 수공예작가 섭외부터 공연 준비까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합니다.

 

▲ 직접 만든 수공예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최민경씨

똘뱅이장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은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물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의 안 입는 옷을 모아서 싼 가격에 팔기도 하고, 어떤 곳은 장난감과 책들을 내어놓기도 합니다. 변동이 약간씩 있긴 하지만 텐트 11개에 테이블과 돗자리 30개 정도를 펼쳐 놓는 제법 큰 규모가 된 겁니다.

똘뱅이 장터 최초 기획부터 관여해 지금까지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조상연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벽화거리 홍보와 쇠락하는 원도심의 지역순환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똘뱅이장터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의 마포 달시장과 이태원계단시장의 형태를 당진에 끌어 온 거죠. 예산도 없이 시작한 장터를 이제는 당진시가 자신들의 사업으로 받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진시가 예산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운영에 간섭하지는 않습니다. 시민 중심의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터가 시작될 당시부터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는 최민경씨('최민경수공예' 원장)는 "초창기부터 같이해 와서 장터가 커지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지역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지역의 농산물이 자주 판매가 되지 않은 점은 아주 아쉽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농번기에는 농민들이 직접 물건을 가지고 오기는 힘듭니다. 판매 시기와 출하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많지가 않은 거죠. 그래도 한 번 농산물이 나오면 불티나게 팔립니다. 농민들이 생산 농산물을 직접 가지고 나오시니 신선한 데다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생산자이자 판매자이자 소비자인 똘뱅이장터

 

▲ 왕골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염서연씨 가족

온 가족이 모두 똘뱅이 장터에 나와 있는 염서연씨(원당동)는 본인이 만든 왕골 모자와 가방, 수선한 고무신 같은 것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서연씨는 "집에서 만든 것들이나 리폼한 제품들을 이곳에 가지고 나와 판다. 이곳은 전통시장 같은 분위기가 나서 좋아한다"라며 "아이들도 이곳저곳에 볼거리와 체험 거리가 많으니까 신나한다. 저도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장터에서 사 간다"라고 말했습니다.

채운동에서 공방을 운영한다는 백설화씨는 똘뱅이장터가 열릴 때면 직접 만든 천연 화장품과 수제비누, 거품 입욕제, '천연 버물리(가려움 완화제)' 등을 가지고 나온다고 합니다. 설화씨는 "2015년 가을부터 함께 하고 있다"라며 "분위기가 너무 좋고 다양한 연령층을 만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서로 자기 물건을 내다 팔고, 또 다른 물건들을 삽니다. 인터넷카페모임 사람들도 그룹을 형성해 모여 있고, 플래카드를 보고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솔지씨(읍내동)는 8살, 7살 두 자녀를 데리고 장터에 나왔습니다. 장터가 열릴 때마다 나온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책과 장난감도 싸게 구할 수 있고 아이들도 체험프로그램 같은 걸 하면서 재미있어하니 나올 때마다 즐겁다고 합니다.

한경아씨(채운동)도 10살과 8살인 자녀들을 데리고 작년 초부터 나와 둘러보고 있답니다. 지금도 아기자기하고 좋지만, 앞으로 장터가 좀 더 커졌으면 한답니다.

다섯 가지를 볼 수 없는 장터

 

▲ 천연비누 등 천연제품을 판매하는 백설화씨

이 곳 똘뱅이장터에서는 다섯 가지를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그 다섯 가지는 바로 참가비, 주류, 상업판매, 무료 물품, 그리고 생물(生物)입니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참가비가 없고, 장터에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는 만큼 주류는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 원칙을 따져 본다면 주류는 허가받을 수도 없습니다. 보통 축제에 가면 텐트 치고 주류를 판매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사실 불법판매라고 합니다. 전문 상업 행위 역시 막아야겠지요. 원도심 활성화를 한다고 시작했는데 인근 상가에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요.

무료 물품과 생물(生物)이 금지된다는 것은 조상연 국장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무료 물품이 없다는 것은 장터 안에 그냥 나눠주는 물건이 없다는 것입니다. 장터 공동체에 참여한 사람 모두는 물물교환 형태로라도 물건값을 치러야 하는 것입니다. 장터그림그리기 경연을 10세 이하 어린이를 상대로 펼치고 있는데 그 대회 입상자의 작품 역시 돈을 주고 삽니다.

생물이 판매 금지된 것은 '살아 있는 생명은 매매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족단위로 어린 친구들이 함께 하는 곳에서 생명의 존귀함과 특별함을 전하고 싶었답니다. 다만 식물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매달 둘째 토요일에 단 한 번 열리는 똘뱅이장터. 당진의 다양한 연령층들이 모여 소통의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자리가 모여 공동체가 더욱 끈끈해졌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많은 청년이 이런 장터를 통해 자신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실험해 봤으면 합니다. 공연도 좋고, 수공예 작품도 좋고, 미술 작품도 괜찮을 듯합니다. 또 운영위에 참여한다면 시민조직의 운영도 배울 수 있고, 당진시와의 협업을 통해 '관'(官)과 함께 하는 사업 과정도 배울 수 있습니다. 활용하기에 따라 똘뱅이장터는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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