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알람이 울렸으나 조금 더 자려다가 늦어 출근길, 평상시대로 가면 지각할 것 같아서 지름길을 택했는데 에효~!! 접촉사고가 나서 네 개 차선 중 3개 차선이 찰떡처럼 붙어 있고 나머지 한 차선으로 모든 차량이 몰려들어 결국 네 개 차선 모두 막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내가 지각한 날은 우리 반 지각생에게 꾸중을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한 선생님이 지름길로 가려다 생긴 일을 블로그에 남겨놓았습니다. 이렇게 지름길로 빨리 가려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내게도 생겼습니다.

주말 기분 좋게 삼선산 수목원 트래킹에 나섰습니다.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힐링합니다. 7년 동안 준비해 최근에 문을 연 이 수목원은 트래킹 코스가 다양해 좋습니다. 산이 높지 않아 산책코스로는 그만이지만 남아도는 에너지를 뿜어낼 만큼 오르막이 없어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터졌습니다.

“가봤던 길, 왔던 길 돌아가는 것은 재미없으니까 우리 다른 길로 가보자.”

힘이 펄펄 남아도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얼떨결에 동행합니다. 그렇게 손을 잡고 정답게 가는데 낭만적으로 보이는 작은 오솔길이 나옵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아는 사람이나 다닐 것 같은 이 길은 숲이 우거지고 우거져 빛마저도 잘 들지 않는 길은 음침하기까지 합니다.

그냥 그쯤에서 되돌아 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어차피 이제 가다 말 수도 없는 상황에 뱀이라도 만날까 싶어 막대기 하나 들고 더듬더듬 헤쳐 끝까지 가봅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오솔길이 끝나고 만난 작은 마을. 농번기라서 그런지 집집마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잠깐 돌아보고 일행들과 약속한 장소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너무 돌아와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뱀이라도 나올 것 같은 음침하고 작은 오솔길을 한참동안이나 걸려 돌아나갈 것인지, 앞에 보이는 길도 없는 산을 헤쳐 지름길로 갈 것인지.

게으른 우리는 빨리 가려고 용감하게 연장 하나 없이 길도 없는 산을 넘어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올라가는 거 아니야. 산길은 계곡을 따라 가야하는거야.”

“예”

의욕만 앞서 오르던 아내를 끌어내립니다. 그래도 군대라도 갔다 온 남편이 나보다는 낫지 싶어 뒤를 따르기로 합니다. 그렇게 남편은 대장 되어 오직 썩은 막대기 하나 들고 가시를 만나면 밟아주고, 길을 터주며 오릅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아 금방 오를 것 같았던 산이 막상 진입하고 보니 길은 없고 우거져 있어 숨이 턱턱 막힙니다.

“이야! 사막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까 조금은 이해가 가네. 우리는 그래도 이 산 정상만 오르면 능선을 만날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지. 그런데 군대 생활 할 때 이렇게 길도 없는 산을 올라본 경험 있어?”

“군대에서도 이렇게 험난한 길을 가본적은 없어.”

“인생 살아가면서 이런 길을 걸어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봤는데... 흐미 겁나 힘들다!”

숨이 차오르면서도 혼자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 감사한 마음에 자꾸만 말을 겁니다.

앞이 온통 가시나무로 가로막힐 때는 ‘한참을 돌아서라도 왔던 길 돌아갈걸 그랬나‘ 후회막급입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진퇴양난에 빠져 다시 내려갈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뚫고 올라가야 합니다.

“아직 해가 떨어지기 전이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산 속에 갇혀서 캄캄해지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어. 이거야말로 진정한 등산인거여!”

앞서가는 발자국에 폴폴 날리는 먼지 그대로 다 뒤집어 써가면서도 그렇게 긍정의 혼잣말을 해대며 ‘난 할 수 있다’를 반복합니다.

계획 없이 딴 길을 가고, 돌아서 가는 것 귀찮아 택한 지름길은 학창시절 극기훈련이라도 받은 것 같이 나를 단련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앞서 길을 튼 남편의 팔과 다리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교훈을 얻었습니다.

“계획 없이 절대 딴 길 가지 말자. 귀찮아도 돌아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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