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미 잃은 새끼고양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는 김순례 어르신.

여동생 서랍에서 45점짜리 시험지가 나왔습니다. 오빠가 어머니께 그 시험지를 보여드렸더니 곧바로 가족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 주제는, ‘여동생 서랍을 멋대로 뒤지는 기분 나쁜 오빠를
어떻게 처리할까?‘였습니다.

한 트위터의 글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딸의 낮은 시험점수보다 동생의 허락도 없이 맘대로 서랍을 열어 본 오빠의 행위를 회의 안건으로 올린 부모님, 정말 멋진 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여자친구랑은 무슨 대화를 나누니?”

“비밀이에요.”

“에이~ 가족끼리 비밀이 어딨어? 엄마한테만 말해봐.”

“그럼 가족이니까 말할게요. 사실은요~ 그게 말이죠~ 아무 말도 안했어요.”

“뭐라?”

9살 늦둥이 녀석의 밀당놀이에 엄마가 당했습니다. 그래도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가족이니까요.^^

“에고, 왜 그리 지치셨대유?”

모두 출가 한 4남매를 둔 아파트 한 어르신을 만났는데 몹시 피곤해 보입니다.

“자식들이 한 놈씩 한 놈씩 왔다 가니까 뒤치다꺼리 하느라 그렇지 뭐.”

“그럼 자식들이 최대한 안 오는 게 도와드리는 걸까요?”

“뭔 소리야. 몸은 힘들어도 얼굴 보는 게 좋지. 내일 또 큰 아들 내외가 온대. 오후에 장보러 가야돼. 허허허”

나이 들어 몸은 자꾸만 더 힘들어져도 얼굴 보는 것 만 으로도 좋은 것이 가족입니다.

이 어르신 댁을 기회가 되어 엊그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밭 농장에다가 새끼를 낳고 어미고양이가 죽었더라고. 얘들을 놓고 그냥 올 수가 있어야지. 병원 가서 치료도 받고 분유랑 젖병 사왔지. 세상에나 이 작은 젖병 하나가 6천원이래. 하하하 그래도 어떻게 해. 사야지.”

“분유 세 티스푼, 물 세 티스푼”

조절할 수 없는 아기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에 할큄을 당하면서도 “아이고, 귀여워 죽겠네!” 하며 할머니가 젖병을 물리고 나면, 할아버지는 화장지를 대고 오줌을 쐬입니다. 할아버지의 손짓에 맞춰 보답이라도 하듯 오줌을 흠뻑 쌉니다. 냄새 나는 응가가 할아버지 손에 묻어도 “허허허 참 잘했어요.”하며 ‘예뻐 죽겠다’는 웃음을 웃습니다. 엄마 잃은 아기고양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렇게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형아 군대 가요?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우리 형 죽으면 어떻게 해요?”

12살 띠동갑 형님이 입영통지서를 받았다는 소식에 늦둥이 녀석이 지나치게 걱정해주고 안타까워 눈물까지 글썽입니다. 가족이니까요!

“우리 사위가 나이가 많아서 빨리 아이가 생겼으면 했는데 오늘 산부인과에서 확인했다고 전화왔더라. 너무 좋아!”

“언니, 할머니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아이구야, 그러네. 내가 이렇게 할머니가 되는거네.”

올 봄 결혼한 첫 딸의 임신 소식을 언니가 형제 자매 가족들에게 전하며 기쁨을 함께 나눕니다.

서로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함께 걱정하며 아픔은 반으로 나누고, 기쁨은 함께 나누면서 두배로 웃을 수 있는 것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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