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장애인복지관 행정도우미 ‘강경희’ 씨

장애인들이 일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는 강경희(45, 당진시 무수동)씨도 당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취업 프로그램인 ‘행정도우미’가 되기 전에는 물류센터에서 일했다. 여성 2명이 주 근무자였던 그 곳에서 사다리를 타가며 높은 곳에 올라 다니는 일은 부담이 많이 됐다고 한다.

강 씨는 “일하다 보면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 짐을 나르는 일도 해야 했어요. 청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곳을 오르는 게 가장 힘든 점이었어요. 또 컴퓨터로 서류 작성이나 물류프로그램을 다뤄야 했는데 그것도 언어소통 때문에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죠”라고 말했다.

업무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었는데, 당진시가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당진시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당진시에 서류를 제출해 합격했다. 처음 배정된 곳이 당진1동 주민센터였다.
강경희 씨는 “근무하시던 직원분들은 잘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수화로 소통을 하고 일을 배워야 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건 사실이었어요. 눈치껏 일을 배워나갔습니다. 직원분들은 배려를 잘 해 주셨지만, 제 상황을 잘 모르시던 민원인들은 비장애인인줄로 오해를 하고 말을 걸어서 서로 당황했던 적이 많았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강 씨는 사실 구어(입모양 보고 말하기)를 할 수 있다. 구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사무소 근무도 내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배려가 없다면 구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을 간과했다. 직원들은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근무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시에서는 강 씨를 배려해 당진시장애인복지관으로 일자리를 옮겨주었다.

강 씨는 “감사하죠. 동사무소 직원분들도 좋은 분들이었지만, 저만 배려해 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다행히 당진시장애인복지관 직원분들은 모두 수화를 어느 정도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결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수화통역을 도와주시던 임상빈 수화통역사 역시 “당진시장애인복지관 같은 곳이 전국도 많지 않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다른 지역의 센터들을 가봐도 당진만큼 직원들이 수화를 배우고, 배려해 주는 곳이 많지는 않아요. 당진시장애인복지관이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강경희 씨는 충남농아인협회 당진시지부장을 작년부터 맡고 있을 정도로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눠 봐도 강 씨에게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손재주가 많은 중학교 3학년인 딸은 강 씨를 닮아서인지 중학교에 들어와 반장을 도맡아 하고 있다. 원래 논산이 고향인 강 씨는 대전에서 남편을 만나 당진으로 오게 된 것이 18년 전이다. 대전에 있는 농아모임에서 만나 데이트를 한 지 2년이 지난 후였다. 당진 생활은 행복하다고 한다.

강 씨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이제 여기가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 때문이겠죠. 여기서 만난 분들이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좋은 분들이시죠”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 씨는 농아인협회 지부장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다. 강 씨에 따르면 농아인들이 남성들의 경우 주로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노인들은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농아인들은 다른 장애인보다는 취업률이 한결 나은 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에는 마땅히 일할 만한 곳을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비장애인들도 찾기 어려운 여성일자리 시장에서 경쟁을 하기가 버거운 면이 있다.

강 씨는 “사실 저 역시도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불안한 부분이 있어요.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이 바뀌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앞으로 여성장애인들이 일 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서 장애인들도 사람들과 함께 섞여 생활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강경희 씨는 수화통역센터와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서 수화 강사로도 일하고 있다. 수화를 배우는 사람이 늘어서 청각장애인과 소통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강 씨는 “사실 당진 시민분들이 수화를 조금만 배우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당진에 협회원들이 87명 정도 되요. 깊게는 아니더라도 소통의 시작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큰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은 언어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 인정받는다. 수화 역시 외국어처럼 하나의 언어다.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도 크게 인정받아 우리와 조금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소통의 폭을 넓혀 갈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동안 전화통화를 해 주신 임상빈 수화통역사 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수화의 통역이 필요하시거나, 수화를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연락처로 연락바랍니다.
수화통역센터: 041)355-4812 영상통화 070-794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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