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한 번 타려면 경운기 타고 한참 나가야”
버스 안 들어오는 마을 주민 불만
당진시내버스 버스노선조정 요구
당진시 “고민하지만, 선결 문제 많아”
 
현대제철 옆에 있는 송산의 가곡리 마을은 버스를 타려고 하면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지방도 633호선을 달리는 버스를 타고 나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급할 때는 택시를 불러야 한다. 당진까지 나가려면 택시비는 편도가 2만원이다. 마을에서 조이할인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정성윤 사장은 택시를 불러 주는 것도 마을 가게의 업무처럼 생각한다.

정 사장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버스가 없으니 차를 이용해야만 해요. 장을 보러 당진에 나가려해도 버스를 이용하기는 힘들죠. 저만 해도 가게 문을 닫고 집사람을 당진까지 실어다 줘야 하는 거죠. 원주민뿐만이 아니에요. 외국인 노동자도 이 마을에 많이 살아요. 사실 그 사람들이 더 힘들겠죠. 그 사람들은 한 달에 한번 은행일을 봐야 해요. 그 사람들에게 2만원 이상의 교통비는 큰 돈 입니다. 모국에서는 더 그렇지 않겠어요? 교통비 아껴서 돈 한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한참을 걸어 다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 안 됐죠. 바람도 많이 부는 곳인데...”라고 말했다.

고대면의 장항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곳 이장 김영호 씨는 지난 번 당진시장의 연두 순방에 슬항교회부터 장항1리까지 구간에 버스노선을 배차 해 달라고 건의했다. 그 이전에 당진여객에 배차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설 문제로 곤란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하지만 김 이장의 생각은 다르다.

“1년에 눈이 몇 번이나 오겠어요? 또 눈이 와서 버스가 못 들어왔다고 하면 마을 주민들이 크게 민원을 제기할까요? 이 곳 어르신들은 버스를 타고 당진장에라도 한 번 나갈라 치면 경운기나 전동휠체어를 타고 한참을 나오신 후에야 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 했다. 이 구간에는 120호 정도의 가구가 살고 있다.

올 초 당진시장의 연두 순방길에 제기된 버스노선 관련 민원은 9건 정도이다.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 증차부터 석문의 삼화2리 노선신설까지 교통관련 민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당진시도 버스 관련 민원으로 다양하게 고민을 하고 있지만, 선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당진시 교통과 관계자는 “버스를 배차하려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시민들의 안전이다. 도로 제설, 교행 가능성, 경사도 등을 고려해 안전이 확보 된 후 배차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대면의 장항리는 소형차량의 안전문제가 있어 배차가 되지 못한 경우다. 도로가 워낙 협소한 때문이다. 가곡리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일부 구간의 도로 협소문제도 있지만, 신설요구가 있는 노선이 기존 노선의 운행을 크게 간섭하는 것이다. 즉 우회로를 거친다면 버스 운행시간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당진시의 입장이다.

당진시는 매년 30억 가량을 당진여객에 지원해 당진시민들의 교통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충남도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2월 31일 현재 당진시는 68대의 시내버스가 등록되어 있다. 인근 서산시의 경우 당진시보다 적은 66대가 운영되고 있다. 노선수의 차이에서는 당진시가 훨씬 압도적이다. 서산시가 63개의 노선을 운영하는데 비해 당진은 무려 188개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당진시의 운행노선은 천안(363대 등록, 145노선)과 아산(130대 등록, 83노선)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충남에서 가장 많은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노선다양성 측면에서 보자면 47대의 버스로 145개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예산군 정도만이 당진과 비교할 만하다.

당진시민의 교통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서 당진시가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교통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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