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당진쌀밥도시락’ 배달 동행 취재

새벽 5시. 어둠은 채 치워지지 않았고, 거리는 한산했다. 행동교차로에서 여성의 전당으로 향하는 고갯길을 오르는 차는 아무리 천천히 오르더라도 보채는 이 하나도 없었다. 천천히 고갯길을 넘어서자마자 왼편에는 이른 새벽부터 불을 밝힌 채로 작업을 시작한 업체가 있다. 당진의 아동들에게 따뜻한 아침을 해 주기 위한 사회적 기업 ‘당진쌀밥도시락’이다.

새벽 4시부터 조리 업무를 시작했다는 2명의 직원들은 5시가 넘어가자 마지막으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을 도시락에 담고 있었다. 3가지 기본반찬과 함께 1가지 특별반찬(주로 고기·생선류라고 한다)을 더해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직원들은 최대한 따뜻한 아침밥을 전해줄 마음에 손이 급해 보인다. 가정별로 1개 혹은 2개로 나눈 도시락을 보온박스에 다시 담은 후 2개 팀이 배달을 시작했다.

순성·면천·정미를 도는 코스와 당진·송산·송악을 도는 코스 중 당진·송산·송악을 도는 팀을 따라갔다. 부자(父子)가 배달을 하는 이 코스는 아버지가 운전을 하고 아들이 도시락을 들고 문 앞까지 배달을 한다. 문고리에 도시락을 걸어 둔 후 똑똑 노크를 하면 집 안에서 사람이 나와 가지고 들어간다. 밥이 식지 않도록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노크라고 한다.

아버지 조상연 씨는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따뜻한 아침 식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구시장 인근을 돈 후에는 우두동, 무수동 등 당진시내의 원룸촌에 배달을 한다. 4층 혹은 5층이 되는 계단을 뛰어오르내리며 숨차하는 아들 조석민 씨는 웹툰작가 지망생이다. 집에서 작업을 하면서 아침 시간에 아버지를 도와 드리고 있다고 한다. 당진시내를 벗어나 기지시와 송산을 돈 후 마지막으로 채운동 일대를 돌고 배달을 마친 시간이 7시 40분. 5시 50분에 출발했으니 꼬박 1시간 50분이 걸렸다.

조상연 씨는 “오늘은 봄방학 기간이기도 하고, 취재도 있어서 급하게 돌진 않았다”면서 “평소에는 5시 40분 쯤에 출발해 7시 20분이면 배달을 마친다”고 말했다.

당진쌀밥도시락 박은자 상임이사는 “배달이 계속 되다 보니 아이들이 배달을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도시락을 걸어 놓으면 불이 켜지면서 바로 가지고 들어간다. 이런 것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도시락배달을 거부하는 가정도 있다.

양 지점장은 “아버지가 아이를 키우는 집이었는데, 아이가 워낙 라면 같은 편의점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아버지가 드실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양심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이를 생각하면 즉석음식보다 도시락을 먹게 해주면 더 좋을거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식도시락의 배달 기준은 기본적으로 결식우려가 있는 가정이 선정된다. 읍면동에서 단순히소득 사유만으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손이나 한부모가족 중에서도 보호자의 질병 등으로 양육능력이 미약한 경우, 아동이 결식상태에 있는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정해 놓는다. 당진시내 등 복지관련단체의 활동이 집중된 지역은 대상 아이들을 세밀하게 선정하는 것이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아동관련 단체 등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은 대상자 선정을 이장 등에게 맡기게 된다.

당진시청의 드림아동팀 나경비 주무관은 “16년 10월 조사한 바로 최초 신청자는 128명이었다가 실지 조사에 들어가 78명으로 추려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 다시 본인들이 거부하는 경우와 지역적으로 너무 멀어서 배달이 불가능한 지역 등이 있어, 현재는 69명분의 도시락이 배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합덕, 고대, 석문, 대호지, 우강, 신평 등에서는 대상자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 나 주무관은 “아이들이 워낙 적어서 그럴수도 있고, 지역에서 이웃 간에 해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선정 자체를 이장님들에게 부탁 할 수밖에 없다보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선정이 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진이 조식 도시락을 배달한 것은 지난 해부터였다. 전주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엄마의 밥상’이란 프로그램을 보고 벤치마킹을 했다.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최수현 주무관은 “2015년도부터 아동급식위원회에서 아동조식도시락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당시 당진 1~3동의 수요부터 조사했다. 기존 바우처 형식인 꿈자람 카드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바우처 카드가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도 김홍장 시장이 사회적 기업에 방문하면서 일자리 증대라는 가외적 효과를 고려해, 50명분의 조식도시락 프로그램을 6개월 정도 시범적으로 실시해봤다. 그러자 대상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조식도시락에 대한 만족도가 대폭 올라간 것이다. 그렇게 정식 사업으로 전환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당진시가 전주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전주는 일반사기업체에게 도시락생산과 배달을 맡겼지만, 당진의 경우는 사회적 기업에게 업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최수현 주무관은 “공고를 냈을 때 입찰에 응한 곳이 당진쌀밥도시락 밖에 없었다. 워낙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업체는 응찰에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의 희망복지지원팀 김재화 팀장은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전주의 경우 업체가 워낙 규모 있는 업체이기도 하고, 업체에서도 취지에 동감하는 부분으로 감내하는 부분이 있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생존 자체가 급선무일 텐데, 조식도시락 자체가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은 기업으로서 사회적 목적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 등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에 책임감 있게 복무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기업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이 풀리고 난 후의 지속 가능성 역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당진쌀밥도시락이 대상자가 석문이나 합덕 우강 지역에 대상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배달을 가지 못했을 거라는 점이 있다. 실제로 순성, 면천, 정미를 도는 42km 코스는 14개의 도시락이 배달된다. 도시락 당 배달로 1,000원이 계산된다고 하면 하루 14,000원의 배달비가 책정되는 것이다. 배달비 등이 현실화 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진시가 어린 아이들에게 조식까지 챙겨주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한 것이다.

나경비 주무관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아침 식사는 정말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이다. 보통 사람들이 어쩌다 한 끼를 굶는 것과 매일 아침을 어쩔 수 없이 챙기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주의 경우도 어린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조식프로그램의 호응은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주시청의 김재화 팀장은 “전주의 경우 ‘엄마의 밥상’사업을 시작한 후 전국 각지에서 후원이 들어오고 있다. 고향인 전주를 떠난 이들부터 전혀 연고가 없는 분들한테도 후원이 들어오고 있다. 이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주1회씩 특별간식과 부식은 물론 생일에는 케이크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 후원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최근에는 ‘지혜의 반찬’이라는 도서지원 프로그램도 추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마을이 키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 말에 가장 부합하는 일중에 첫걸음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챙겨주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 지역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첫걸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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