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壇垣)의 일가, 담원(潭園) 김창배 화백을 만나다

세월호의 슬픔을 간직한 안산 단원구의 명칭은 김홍도의 아호에서 유래했다. 단원 김홍도가 그림을 배우고 성장한 곳이 바로 안산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월호의 이름으로 슬픔을 남기고 별이 됐다. 단원이 우리 조선 화단의 별이 된 것처럼.

지난 1월 14일부터 2월 5일까지 다원갤러리(관장 김용남)에서는 ‘담원 김창배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약 6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차 선화(茶禪畵)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김창배 화백. 그의 작품이 당진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단원의 일가이기도 한 담원은 단순히 혈연으로 일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화백은 “단원과 일가라는 것을 단순하게 핏줄로만 생각하지 않아요. 단원의 아들이면서 제자였던 금원 김양기 선생으로 시작해서 저의 스승인 금추 이남호에 이르기까지 9대 제자로서 화맥을 잇고 있습니다. 저는 단원 선생이 없었다면 중국미술에 눌려 사라질지도 몰랐던 한국미술을 소생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가히 화성이라고 불릴만한 분입니다”라고 말했다.

김화백은 차와 달마도로 유명하다.(이번 당진의 전시회에서는 달마의 그림은 전시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달마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김 화백은 “한국에서는 기복신앙 때문인지, 달마도를 액을 쫓는 그림 정도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달마는 그렇게 소비될 분이 아니죠. 그런 오해가 싫어서 중국 소림사를 찾아가 달마에 대해 연구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소림사는 달마가 9년 동안 ‘면벽오도(面壁悟道)’를 수행한 곳이다. 김 화백은 중국 유학 후에 달마에 대한 책만 5권을 출간했다.

이번 당진의 전시회에서는 차에 관한 그림 위주로 전시가 됐다. 이번 전시회와 같이 열린 早梅茶會 ‘내 마음 눈꽃 같아라’에 맞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 것이다. 그림들을 살펴보면 단원의 그림과 같은 듯 다른 듯 묘한 느낌이 들었다. 밝고 해학적인 느낌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거의 모든 작품에 차를 만들 수 있는 차제구(茶諸具)가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김 화백은 선묵화(禪墨畵), 차묵화(茶墨畵) 창시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림에 선(禪)을 접목하고 그림에 차(茶)를 접목하는 작업. 김 화백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김화백은 “그림과 차와 선(禪)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차 문화를 현대인들이 잘 받아 들였으면 해요.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시간이 일상의 찌꺼기들을 씻어내면서 자신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 선을 깨닫는 것이 일맥상통하죠”라고 말했다.

화선일여 다선일여(畵禪一如 茶禪一如)라, 그림과 차(茶)는 선(禪)과 같단 뜻이라고 한다. 김 화백의 말이다.

이번 전시회를 치르는 동안에도 주말에는 작품을 보러 온 분들과 함께 차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다원갤러리는 그런 의미에서 최적의 장소 중 하나이다. 다원갤러리에는 ‘인트로’라는 카페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들 역시 다선재를 비롯한 충남 지역의 차인연합회 분들이었다. 당일 만남에서도 담원은 차를 즐기고 있었다. 제법 이른 시간에 서울에서 내려와 제법 피곤할 법도 한데, 차를 즐기는 모습이 평안해 보였다.

김 화백은 “고향이 서산이라 그런지 당진만 와도 마음부터 차분해져요. 지금은 작업실이 서울 인사동에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내려오고 싶어요. 어차피 서울이랑 멀리 떨어진 곳은 활동 때문에 어렵거든요. 당진은 적당한 곳이죠. 요즘은 많이 산업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당진은 마음속에 있는 후보지 중에 하나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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