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자활센터 이명희 소장

“누구나 장애인이 돼요. 단지 그 시기가 문제이죠. 인생의 어느 시기에 그 장애를 겪게 되느냐에요. 어떤 이에게는 보다 이른 시기에,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막바지에 다가올 뿐이죠”

이명희 소장의 이 말에는 울림이 있었다.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나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평소에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을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나이를 들수록 시력이 나빠지고, 청력이 나빠진다. 결국 모두에게 다가올 장애인 것이다. 설혹 신체적인 문제가 크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장애를 겪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명희 소장은 “중증 장애인의 90%가 후천적인 사고 혹은 병으로 장애를 겪게 되죠. 태어날 때부터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중증장애는 법적으로 장애 1등급에서 3등급까지 해당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장애인 중 근로 능력이 현저하게 상실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정신지체인, 발달장애인, 심신장애인 등이 포함된다.

이명희 소장 본인에게 사고가 닥친 것은 32살 때였다고 한다. 집에 있는 차가 후진하는 바람에 발생한 큰 사고. 그 사고로 경추, 요추 등 많은 곳을 다쳤다. 손을 쓰는 것이 불편해졌고, 걷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렇게 중증장애인으로 30년이 넘는 세월을 살고 있다.

이명희 소장은 “이제는 다른 장애인을 위해서 살고 있어요. 특히 중증 장애인의 경우 대부분이 편견 때문에 사회에 나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라고 이 일을 시작한 이유를 말했다.

중증장애인들 중 후천적으로 사고를 당한 중도장애인들은 본인이 스스로 자존감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설득해 사회에 다시 적응하도록 도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활센터의 역할이다. 중도장애인들은 그나마 마음을 열기가 쉽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 중증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더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본인의 거부 이전에 가족의 반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시골 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가족들은 중증장애인을 가정 밖에 내 놓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설득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끝까지 하려고 노력한다. 똑같은 장애인들이 와서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허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자활센터의 장점은 ‘동료상담’이다. 중증장애인이 같은 중증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설득력이 있다. 이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주고 장애인의 권익을 주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나씩 하나씩 도와가면서 결국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기술훈련까지 돕는다. 이런 긴 과정의 시작과 끝이 바로 ‘동료상담’이다.

“중증장애라는 것이 모두가 처한 상황이 다른 경우가 많아요. 중증장애라는 규정에 묶여 있기만 한거죠. 하지만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20이라고 하면, 우리들은 50은 넘지 않을까요?”라는 것이 이명희 소장의 설명이다.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마음으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는 소장을 포함해 정직원이 4명이다. 다행히도 이번에 일반 직원 2명과 파트타임 3명의 직원이 도와주게 되었다. 복지일자리로 주 14시간씩 월에 56시간을 도와주는 분들이 2명 더 있다. 이렇게 식구가 늘어나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자활운동은 미국의 경우 70년대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80년대에 시작했고, 한국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나 되어서였다.

당진에서 처음 모임을 갖고 시작한 것은 2012년 4월. 17명의 중증장애인들이 모여 이 운동을 시작했고, 결국 15년 3월에 정식 수탁기관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 운동으로 시작해서 센터가 설립되고 법제화가 된 경우라서 아직은 국내법이 미비한 점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질 때 힘든걸 떨쳐낼 수 있다고 한다.

“얼굴에 화상이 있는 친구가 있어요. 뇌전증까지 있어서 직장생활하기도 많이 힘든 친구입니다. 기초수급생활자로 살고 있으니, 형편도 어려웠죠. 그런데 이 친구가 눈이 너무 안 좋아서 일반 안경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사정을 시장오거리에 있는 ‘1001안경점’에서 알았나 봐요. 정말 흔쾌히 고가의 다초점렌즈 안경을 해주셨어요. 렌즈만 수십만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거죠. 정말 감사합니다. 이럴 경우가 생길 때마다 참 힘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이명희 소장에게 당진시민께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장애인을 봤을 때 무작정 도와주지 마시고, 본인의 의사를 확인해 주세요. 그 다음에 도와 주셔도 늦지 않을 꺼에요. 다만 편견만은 갖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편견만 없다면 중증장애인들도 살아가는 것에 큰 용기를 얻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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