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지인들과 함께 떠난 가을나들이! 서산, 당진, 태안에 골고루도 흩어져 사는 네 가정이 서산해미읍성에 집결했습니다. 남도 한 섬을 향해 가는 길, 곳곳 마다 억새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산들은 온통 파스텔 물감 쏟아놓은 듯 빛깔 고운 치마 입고 출렁이며 반깁니다.

유난히도 곱고 붉은 단풍잎을 만나면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늘어져 죄 없는 가지 붙들고 얼굴을 위로 내밀었다 아래로 숨었다가 난리법석을 떨며 추억을 담습니다.

노오란 은행잎 수북이 쌓인 정겨운 길을 만났을 때는 마음은 이미 벌러덩 누워 뒹굴고 있습니다. 분위기 좋아 부부지간에 오래간만에 껴보는 팔짱에 꼬맹이의 질투가 폭발하고 기분 좋게 가운데 자리 내어줍니다. 그렇게 나란히 손잡고 낙엽 밟으며 걷는 오솔길은 노래가 절로 납니다.

“가을은 참 예쁘다~ 하루 하루가
코스모스 바람을 친구라고 부르네
가을은 참 예쁘다~ 파란 하늘이
너도나도 하늘에 구름같이 흐르네
조각조각 흰구름도 나를 반가워 새하얀 미소 짓고
그 소식 전해줄 한가로운 그대 얼굴은 해바라기
나는 가을이 좋다~ 낙엽 밟으니
사랑하는 사람들 단풍같이 물들어~“

파아란 하늘 아래 집집마다 잎 새 떨구고 주홍감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시골집 야트막한 담장너머로 채반에 나란히 누인 감 말랭이, 단내가 코를 찌릅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무더기로 찾아 온 손님이 반가워 꼬리치는 누렁이 맘도 몰라주고 꼬맹이는 금새 울상이 됩니다. 영문도 모른 체 말 못하는 누렁이, 그렇게 순식간에 죄인이 되고 맙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 여기저기 관광지를 들러 도착한 1004의 섬 증도 입구. 한때는 섬이었던 이곳에 다리가 놓여지면서 많은 관광차들의 행렬이 줄을 잇습니다. 싱싱 달리는 차 대신 슬로우시티 증도를 기념하며 걸어서 건너기로 합니다. 다리 아래로 내려다보니 아찔합니다. 우리 충남 서해안 안면도에 놓인 ‘꽃게랑’ 다리에서 내려다 볼 때 그 느낌입니다.

다리 위에서 만난 인천에서 왔다는 관광차 기사님, 이곳에 일주일에 두 번은 방문한다고. 그러다보니 아는 것이 많습니다.

“저기 바다 위에 까맣게 줄줄이 놓인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독살 아니래유?”

“틀렸습니다. 이 다리가 놓여지기 전에는 물이 빠졌을 때 저 돌 위로 건너다녔지요. 노두길이라고 하는데요, 증도에서 화도로 이어지는 길이 노두길로 연결돼 있습니다. 시간 되시면 꼭 한번 걸어보세요.”

그렇게 다리 중간에서 일행들 모조리 한쪽 다리 올려 몸풀기?를 마치고 도착한 증도 만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드넓게 펼쳐진 태평염전, 마침 썰물 때여서 바다위로 놓여진 둘레길을 걸으며 염생식물을 관찰하는데 끝도 없이 펼쳐쳐 한 폭의 그림입니다. 있는 자연 그대로를 살려 관광자원화 시킨 모습이 참신하고 좋습니다.

갯벌에는 눈이 툭 튀어나온 짱뚱어들이 떼지어 다니고 날씨가 흐려 중단된 염전체험장에서는 아쉬운 마음에 밀대라도 들고 밀어보면서 애 어른 할 것 없이 추억을 담습니다.

돌아나왔는데 한 간판이 눈에 띕니다.

“소금아이스크림”

신안의 특산물인 소금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나봐. 그럼 짠 맛일까? 도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어 냉큼 먹어보는데 아이스크림에 그저 계피, 혹은 호박가루에 소금을 섞어 뿌려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어쨌거나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특산물을 활용한 굿아이디어 맞습니다.

‘우리 서산도, 우리 당진도, 우리 태안도 더 많은 아이디어로 관광객들 마음 사로잡아야 할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짭잘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인천에서 오셨다는 관광차 기사님의 말대로 증도에서 노두길을 이용해 건너야 하는 화도를 향합니다. 그런데 한 발 늦었습니다. 자꾸만 자꾸만 밀려드는 밀물에 노두길이 잠겨가고 일행은 모조리 아쉬움에 기꺼이 운동화 적셔가며 사진 한 장 찰칵!

함께 보고, 먹고, 즐기고, 웃으며 몸과 마음이 행복해져 젖은 양말을 벗어 말리면서 돌아오는 차 안에 꼬랑내가 진동해도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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