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자라게 하고 싶다”

박근혜 퇴진 촛불문화제 열려… 문화제 후 가두 시위 진행
김홍장 당진시장도 공개 발언 “민주주의 작동 안돼”

지난 10일(목요일) 저녁 7시 경부터 신터미널 앞에서는 ‘박근혜 퇴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당진시국회의’ 주최로 ‘당진문화연대’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3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열리는 집회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주최 측 추산인원 500명 경찰 측 추산으로는 300명이 참여하였다. 이는 지난 3일 집회보다 늘어난 것으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2시간가량 터미널 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각종 노래공연과 시민 사회 단체 대표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농민대표로 나서 발언한 장명진 전농충남도연맹의장은 “지난주에 백남기 어르신을 보내드리고 왔다. 이제 남은 것은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고 책임자를 처벌하여 국민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장의장은 또한 “한국 농업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쌀값이 30년 전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쌀 소비감소가 주요인이라고 하지만, 인구 증가분과 생산량 감소분을 상계한다면 그것은 큰 의미가 없다. 무분별한 쌀 수입으로 인해 재고량이 늘어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돌아 오는 12일에는 서울로 올라가 박근혜 퇴출을 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동자 대표 연설을 한 현대제철 김태년 노조지회장은 “요즘은 노동자 농민은 물론 학생 어린이까지 대통령에게 많이 실망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고 가르친 것이 이제는 모두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면서,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가지고 기업들은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노동자의 피땀어린 돈을 퍼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너무 억울한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동자나 농민이나 당진시민 모두가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김희봉 참여연대회장은 지금 문제는 박근혜 정권만이 문제가 아니다. 피가 벼보다 많이 난 논은 피를 뽑아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논 자체를 갈아 엎어버려야 한다면서, 이번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더 나아가 새누리당까지 해체시키는 것이 판 자체를 갈아엎어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홍장 시장은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주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세월 우리 국민은 열심히 일하면 잘살게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열심히 일해 왔다. 그 결과가 이런 것인가”라면서, 지금까지 위정자들의 말로만 하는 주권재민이 아니라, 그것을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해 국민이 주인노릇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여성 대표로 나선 김진숙 어울림여성회 회장은 “(최순실이)연설문만 고쳐 준 줄로만 알았더니, 국가안보와 연결된 문제까지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분노했다”면서, “우리 아이들은 취직하기 힘들고, 우리 아빠들은 적은 임금으로 생활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들이 이런 상황인데 정유라가 말 타는 것에는 기업 돈까지 뺏어다 주는 이런 상황에 너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이 철저하게 조사하고 해결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믿고 기다릴 수 있지만, 지금 조사를 받는 자들의 태도를 본다면 검찰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오늘 촛불을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투쟁해야 한다고 시민들을 독려했다.
이날 신터미널광장에서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당진 원도심까지 가두시위를 하면서,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를 주장했다.
참여연대 조상연 사무국장은 집회 장소의 접근성 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조건에서도 오히려 참여 인원은 더 늘어난 것을 고무적으로 바라보면서,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총궐기로 시민의 분노를 집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앙의 이슈로 지방소규모 도시에서 집회를 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정국 혼란 이슈는 당진에까지 큰 논란을 만들고 있다. 10일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만나 보았다.
해군장교가 꿈인 고3 여학생은 수능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추운 날씨에 거리에 나왔다.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려는 해군장교가 꿈입니다. 연평해전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한 목숨 바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가슴 뜨거움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제가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킬 때 충성을 다 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 되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 상황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박정희 시절의 경제성장은 근로자의 피땀으로 이뤄낸 것인데, 어떤 분들은 박정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를 바로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40대 가장으로 아내와 초등학생 두 자녀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나온 김남명(당진시 원당리)씨 가족은 두 아이들을 위해 나왔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오게 됐다. 예전에는 이런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이들도 어느 정도 크고, 살아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해서 참여했다. 아이들에게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자라게 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당진고 1학년 학생들인 인치규, 이재현, 김태영, 김의종 학생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인치규 학생은 “박근혜 정부는 역사를 팔아 먹은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국정교과서부터 위안부 합의처리 문제까지 모든 것들이 역사를  팔아먹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재현 학생은  “요즘은 학생들도 재미있는 움짤이나 사진들을 잘 만드는데, 요즘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풍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꼭두각시 같은 대통령을 풍자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태가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젊은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 낮은 투표율이 민주주의를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도 말했다. 김태영 학생은 대통령에 대해 성토했다.
“대통령이 전문가가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일반인이랑 국가 중대사를 상의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그 사람이 무당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면서, 반드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보다는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집회 현장의 목소리들이 전체 당진 시민을 대표한다고도 하기 힘들 것이다. 다만 당진의 정치적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어기구 국회의원은 6일 청와대 앞에서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도농복합형태의 당진은 수도권과는 또 다른 의견들이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보수지지층에서는 이번 정국의 다른 해법을 가지고 있다. 김동완 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대도무문의 지혜가 아쉽다’라는 5일자 글에서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게 하되 거국중립내각으로 국정을 새롭게 일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한편으로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회피하고 김병준 총리 지명을 부정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크게 비난하고 있다. 당진에도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야당이 너무 하다는 의견도 상당수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혼란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과연 이 정국이 어떻게 수습될지 지역에서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최효진 기자 j6h7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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