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태안에 해풍 맞고 자란 황토고구마 캐러 갑시다! 인심 좋은 농부님이 얼마든지 캐서 가져가라네요.”

“좋아요!”를 힘차게 외친 몇몇 지인들과 청바지, 모자, 어떤 이는 장화까지 나름 작업복을 갖춰 입고 그렇게 고구마를 캐러 태안을 향합니다.

“이야~~~! 저기 저 단풍 좀 봐요. 어머어머 너무 이쁘다!”

그렇게 감탄사를 연발하며 태안시내를 거쳐 근흥면 바다를 향해 가는데, 꼬맹이가 외칩니다.

“저기 염전이 보여요! 우와~~ 바다다! 그런데 갯벌이 왜 이렇게 넓어요!”

“산에서 자라는 것은 억새, 바닷가나 강가에서 자라는 것은 갈대니까 저건 갈대네요. 이야~~! 너무 운치 있다!”

“저 염전에 울긋불긋 한 것이 함초예요. 저거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어도 되구요, 가루를 내서 물에 타 마셔도 되구요, 깨끗이 씻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에 찬물에 헹궈서 먹을 만큼 비닐팩에 담아놓고 냉동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요.”하고 한 지인이 어디서 들은 풍월을 읊어 대고 있는데 옆에서 국화 따던 할아버지 한 분이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서 못 먹어요.”

“그 꽃은 어디에 쓰시려구요?”

“약에 쓸테지요. 지가 뭘 알고 따남유? 몰러유~. 우리 마누라가 따오라니께 그냥 따는규~.

“이 국화꽃은 해풍 맞고 자란 국화네요? 오모나 이 향기 좀 맡아봐요. 향이 엄청 진해요.”

한 지인은 말려서 국화차를 만들어보겠노라고 열심히 땁니다.

그렇게 피노키오처럼 여기 저기 해찰해가면서 만난 고구마 밭.

염전을 바로 앞에 두고 시뻘건 황토밭에 고구마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주인장이 벌써 고구마 줄기 다 걷어내고 기계로 갈아 엎어놓았습니다.

“엄마, 이 고구마 왜 이렇게 커요? 아이고 무거워라! 아빠, 사진 빨리 찍어주세요. 팔이 아파요!”

생전 처음 만나는 거대한 고구마를 보고 흥분한 꼬맹이가 목줄 뜯고 집 나온 똥개마냥 좋아 날뜁니다. 덕분에 양말과 운동화는 황토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이상하다! 운전하고 올 때까지만 해도 뒷목이 뻐근하고 어깨도 아팠는데 이 흙을 밟고 만지면서 일하다 보니까 개운해지네!”

그렇게 황토밭에서 기운을 받고 소생한 남편이 가득 가득 담긴 고구마 봉지를 거뜬히 들어 올려 차에 싣습니다.

젖은 고구마를 신문 펼쳐 쏟아 놓고 말립니다. 심지도 않고, 가꾸지도 않고, 거두기만 했는데도 수확의 기쁨을 맛봅니다.

이 고구마를 어떻게 먹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봅니다. 노릇노릇 군고구마로, 쌀가루 입혀서 튀겨 먹고, 삶아 먹고, 말려 먹고, 우유와 삶은 고구마를 넣고 갈면 바쁜 아침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겠지요.

효능을 알고 먹으면 더욱 애착이 갈듯하여 자료를 뒤져보니 다양한 색을 가진 고구마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가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말린 고구마 표면에 생기는 흰 가루는 주로 맥아당이고 비타민 A, 비타민 B, 비타민 C와 나이아신, 야리핀(고구마를 자를 때 나오는 하얀 진액) 등 섬유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구마 색깔에 담긴 비밀도 있네요. 고구마 껍질에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고구마 속보다 더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고 해요. 특히 자색고구마는 블루베리와 비슷한 안토시아닌 함량을 지녔다고 하니 젊어지고 예뻐지려면 열심히 먹어야겠습니다.

“고구마가 엄청 커요!”아이의 감탄처럼 농부님들 수확의 기쁨도 많이 많이 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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