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궁금해요] 가로수 열매를 주민이 가져갈 수 있나요

찬바람이 불면서 길거리에는 노오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열매가 발밑이 밟히는 계절이 돌아왔다. 은행뿐만 아니라 각종 과실이 열리는 가로수가 그 열매를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고 거리를 지나는 주민들을 유혹한다.

지난 1일 당진 시내에도 은행나무 가로수가 줄줄이 거리를 수놓고 일부 길거리에는 감나무 가로수가 단내 나는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이 길을 매일 걸어 다니는 이기순 씨(당진시 채운동 거주)는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열매가 떨어져 냄새가 진동하는데 그냥 담아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열매가 그냥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아깝다. 가끔 감나무 가로수에서 열매를 따는 사람들이 있는데 문제는 없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대로 가로수 열매를 가져가면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대전 서구청 관내에서 60살의 김 모 씨는 길가에서 은행을 줍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자치단체에서 심은 은행나무와 감나무 등의 열매는 자치단체가 소유주이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가로수에 달린 열매를 따면 절도죄, 떨어진 열매를 주워가면 점유이탈물 횡령죄에 해당한다.

 = 가로수 열매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 없나

법대로 하자면 주민들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열매도 전혀 건드릴 수 없게 때문에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일고 있다.

이처럼 방치된 가로수 열매조차 활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공공재산의 낭비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주민들이 가로수 열매를 가져갈 수 있을까.

한 가지 대안으로 은행나무 열매의 역한 냄새와 잔재물로 인한 가을철 고질 민원을 예방하고 은행 열매의 자원순환을 위해 ‘은행털기 사전예고제’를 시행하는 자치단체의 사례가 있다.

서울 노원구는 은행열매를 필요로 하는 구민들을 위해 은행을 터는 구간과 일정을 사전에 홈페이지(www.nowon.kr)에 게재해 주민들이 마음껏 은행을 주워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는 은행털기 작업은 위험하기 때문에 은행 털기는 구청이 맡고 주민들은 은행 열매를 주워가도록 했다.

가을철 악취주범이란 오명을 가진 은행열매가 주민들 건강 간식으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는 이를 위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강북농수산물검사소에 가로수 은행 열매에 대한 안정성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 식용으로 적합한 것으로 나와 구민들이 은행털기 작업구간에 와서 은행을 주워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상가 밀집지역 또는 버스정류장 등 구민들의 통행이 잦은 구간의 열매를 우선 채취하고 민원이 발생할 경우에는 처리 기동반을 투입해 즉각 처리하고 있다.

구는 은행열매에 대한 근본적 대책으로 은행열매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워 갈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은행열매를 원하는 주민은 사전에 홈페이지나 전화로 작업 장소와 시간을 확인한 후 무상으로 수거해 가면 된다.

우리 지역에서도 가을철이면 은행열매로 인해 민원이 많다. 필요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주워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원순환에도 좋을 것이므로 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시행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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