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백사장 대하축제장을 찾아서 

주말 오후 지인들과 함께 10월 8일부터 열리고 있는 안면도 백사장대하축제장을 찾아보았습니다. 대하는 지금 10월이 가장 크고 맛도 있는 자연산 대하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그런지 궁금해졌습니다.

입구 주차장에 차량들이 가득한 걸 보니 축제장의 인기를 실감합니다. 몇 바퀴를 돌아 겨우 주차를 하고 나오니 거리가 온통 시끌벅적 합니다.

“오늘 잡은 싱싱한 자연산 대하가 1키로에 2만5천원! 거기 이모, 그냥 지나가지 말고 시식 한 번 하고 가. 자~ 자, 집에서 남편은 안 까주는 대하를 나는 이렇게 친절하게 까주기까지 혀. 공짜니께 부담 갖지 말고 드셔봐. 입에서 살살 녹아.”

대하 파는 아저씨의 넉살에 웃음이 절로 나고, 점심을 두둑이 먹은 터라 시식하라는 대하 조차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알록달록 튀겨놓은 대하며 꽃게들이 먹음직스러워 한 입 냉큼 맛이라도 보고 싶은데 눈으로만 보고 맙니다. 점심을 먹고 들어온 것을 그렇게 땅을 치며 후회합니다.

마주 오는 연인들이 두 박스를 포장해서 들고 나갑니다.

“한 박스는 장모님 되실 분 드릴거구요, 한 박스는 어머니 댁에 선물하려고 샀습니다.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먹어보니까 정말 탱글탱글하니 싱싱하고 맛있더라구요. 저희만 먹을 수 있나요. 그래서 이렇게... 흐흐흐”

시장 안을 그렇게 구경하면서 걸어 들어가는데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가진 한 상인이 입이 쩍 벌어질 만큼 큰 대하를 코 밑으로 들이대 놀랍니다. ‘사진 좀 찍자‘하니 기꺼이 포즈를 취해줍니다.

시장 깊숙이 걸어 들어가니 이곳 주차장도 이미 빼곡합니다. 바닷가에서는 물을 가둬 놓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리를 걷어 올리고 맨손으로 대하잡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250m 길이의 해상인도교인 ‘대하랑꽃게랑’ 다리 위는 오고 가는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인기를 실감합니다.

“참 색다른 경험이다. 그치?”

“엄마, 저는 조금 무서운 느낌도 들었어요. 내려다 보니까 엄청 높아서요. 그런데 재미있어서 또 한 번 건너가보고 싶어요.”

바다 위로 놓여진 다리를 건너갔다 돌아오는 관광객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한결같이 만족한 듯 합니다. ‘대하랑꽃게랑’ 다리가 백사장항의 명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중심을 벗어나 해변길로 돌아 나오는 길, 우럭이랑 놀래미랑 가자미가 가을 햇살에 잘 말려져가고, 자꾸만 날아드는 파리 쫓느라 빙글빙글 돌아가는 파리채가 정겹습니다. 선상에서 주꾸미 낚시를 체험하는 사람들, 낚싯대를 드리우고 서서는 한가로운 주말을 만끽하는 사람들, 중심가가 아니어서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그럼에도 환한 얼굴로 ‘잘가라’ ‘또 오시라’인사하는 상인의 여유로움이 멋있습니다.

또 오마 약속하고 돌아 나와 밧개해수욕장을 처음 찾아보았습니다. 이름난 해수욕장은 아닌데 해안선이 예쁘고 솔밭이 있어서 피서를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게들이 동글동글 동그라미를 수도 없이 연출해 놓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모래 위를 혹여 바람 쐬러 나온 아기 게들 다칠까 조심조심 걷습니다. 푸르디 푸른 파도가 찰싹거리고, 옆으로 아름다운 솔향기길이 시작되어져 지인과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어봅니다.

“해변을 마음껏 달려보고 싶다”며 느닷없이 겉옷을 벗어 제끼고는 백마처럼 내달리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내 남자였습니다.^^ 세상에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여기가 천국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서해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거듭 감사합니다.

“게가 물면 어쩌려고!”

“이 게가 물어봤자 아프기나 하겠습니까?”

겁 많은 엄마의 근심어린 한마디를 일축해버리는 초등학교 1학년 늦둥이 녀석의 답변에 웃음 지을 때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갑니다.

남편 팜카밀레에서는 △옥토버 페스티벌이 다음달 15일까지 열리고, 남면 네이처월드에서는 한참 가을꽃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 다음 주를 기약하며 아름다운 추억하나 가슴에 담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아기 게 한 마리가 자꾸만 자꾸만 따라옵니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