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대통령 취임 1주년에 즈음하여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는 우리 모두를 실망시키고 있다. 국정의 평가 조사 항목별이나 대통령의 지지도 등은 불만족스러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국정을 어떻게 감당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를 의심케 하고 불안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먼저 달성되어야할 국민 통합부터가 아직도 먼 데 얘기이니, 변변치 않은 수치로 채워진 지지부진한 성적표를 가지고서야 세세히 논하고 분석할 것도 없다. 국민들이 총체적으로 실망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진정성이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은 취임 후 1년이 지나갔는데도 여전하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못하니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어디에도 확신을 둘 수 없으니 희망을 가질 수가 없고, 희망이 없으니 의욕상실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의욕상실이니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능동적 발상도 기대할 수가 없다. 국민 모두가 무기력증에 빠져가고 있다. 성장 동력이 멈춰 서서 먼지를 쌓아가고 있다.


국민들의 가슴이 그렇게 모두 텅 비어 있다. 지갑도 빈지가 꽤 되었다. 빈 지갑에 부는 찬바람이야 당연시 하지만, 마음마저 시려서야 되겠는가. 춥고 배가 고플수록 마음만은 따뜻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마음을 다잡아서 다시 추스를 기운이라도 차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의 70% 이상이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체감뿐 아니라 실상이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제 불황이야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현상이니 견디라고만 대답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경제대통령으로 받은 국민적 지지와 기대를 저버리고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줄 수는 없다. 국민이 등을 돌리고서야 아무 일도 도모할 수가 없지 않은가.


국민 앞에 해결책을 내놓고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 이상 후퇴할 수 없으니, 전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해야 합심하여 참을 것 참고 견딜 것 견디며 함께 극복해낼 수 있지 않겠는가. 국민적 노력 없이 되는 일이 아니다.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다. 그런데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불신 때문이다. 이렇듯 국민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들에게 쌓인 불신과 냉소의 이유로 3대 악재를 든다. 정부 출범 초부터 난맥상을 보여 온 인사 불신, 쇠고기 촛불정국으로 인한 극단의 대립과 갈등이 가져온 국론분열,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위기 등이다.


단순논리로 해법은 간단하다. ‘인사 쇄신, 국론 통일, 경제 극복’을 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민의 화합과 이해와 수용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것을 위해서 정부와 대통령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눈에는 그런 노력이 도무지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포용력이 부족하다고 보이면 리더십이 발휘될 수가 없다. 겸허하면서도 단호한 자세, 부드러우나 강직한 자세로 적까지도 감싸 안아야 한다. 어떤 상대든 동지로 만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적으로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필부도 익히 아는 기본 상식이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분명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면초가이니 문제다. 지금 대통령에게는 진정한 우군도 충심을 다하는 가신도 보이지 않는다. 도와주기는커녕 사고만 친다. 누구도 수습하려 나서지도 않는다. 그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만 하거나 수수방관한다. 자기보신에만 급급하고 국정에 해가 되고 대통령에 누가 될 말도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해댄다.

여당은 당내에서 피아의 구분을 짓더니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시작된 한 지붕 두 가족은, 이제는 각 방을 쓰면서 사분오열하고 있다. 이래서는 한 목소리도, 일관된 정책도, 통일된 힘도 기대할 수가 없는 노릇 아닌가. 국정난맥이 파생된 근원지가 바로 여당이고, 그 연원이 여당내의 갈등구도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측근에게 관대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도려낼 건 적기에 도려내는 것이 최선이다. 자칫하다가는 가래가 아니라 무엇으로도 막아내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가 있는데, 지금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취임 1주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다. 대통령 이하 모두가 처음부터 그런 각오여야 했었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 각오가 변함없어야 한다. 각오가 무뎌졌다면 그 각오 다시 한 번 다잡을 때가 지금이다.


취임 1주년을 돌아보면서 대통령이 먼저 다져야 할 것은 화합의 리더십, 강력한 통합의 리더십이다. 국민의 화합과 통합도 절실하지만, 여당의 화합과 통합부터가 필요하다. 집권당으로써 국정의 동반자임이 분명하다면, 지금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는 듯 모호한 그곳에서 강력한 힘이 나오게 해야 한다. 백가쟁명을 잠재우고 통합된 강력한 한목소리가 뒷받침이 되어 함께 하는 국정을 펼쳐갈 수 있어야 한다.


여당내의 갈등 요소는 대통령이 나서서 풀고 봉합해야 한다. 진정성 있고 가시적인 그런 의지를 보여야 한다. 좌고우면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대통령이 무엇을 더 얻고 잃고 할 것이 있는가. 서둘러 결단해야 한다. 그리하여 여당으로부터 먼저 강력한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여당이 화합하고 한 목소리를 내어야 국민이 강력하고 단호한 정부의 의지를 믿고 힘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국정의 실패는 곧 국가와 국민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범죄와 배반이 됨을 깊이 새기고 국정운영에 한 치의 오차나 흐트러짐도 없도록 해 나가야 한다. 국정운영에 시행착오는 절대 용납될 수가 없다. 국민은 취임 1주년의 성과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보기를 원한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