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기 하늘을 좀 보세요!"

행사장을 다녀오면서 지나오는 길목에 온 가족이 창밖으로 하늘을 일제히 바라봅니다.

새파랗고 높은 하늘에 마치 표백제 푼 물속에 푸욱 담겼다가 나온 메리야스마냥 몽실몽실 새하얀 구름이 시시각각으로 모양을 바꿔가며 사람 눈을 유혹합니다.

“저기 저 구름 좀 봐요. 기다란 것이 마치 뱀장어 같아요.”

여덟 살 늦둥이녀석이 흥분해서 말합니다. 그러고보니 어젯밤 책 속에서 만난 뱀장어랑 똑 닮았습니다.

“아들아, 저기 저 구름 보여? 각이 또렷한 멋있는 남자 옆얼굴이 있잖아. 안 보인다고? 이롼~ 흐트러져 사라졌네!”

엄마 눈에만 함부로 애틋하게 주인공 김우빈 옆 얼굴이 들어옵니다.

“저 구름은 완전히 팬더곰이구만요.”

평소 과묵한 장남의 입도 열게 만드는 가을하늘을 쳐다보느라 목디스크가 올 지경입니다.

구름이 작품을 그려내고 지웠다가 금세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요술에 온 식구가 그렇게 넋을 잃어갑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이렇게 어린아이와 같이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문학을 전공한 아빠가 근엄하게 즉흥시를 읊어댑니다.

“제목 : 가을 하늘 전시회

어제는 폭염이더니 하룻밤 사이 가을이 되었네

그리움이 큰 만큼 반가움도 두 배 일세!

피하고 가리웠던 햇볕이 이제 아늑함으로 다가오고

폭염 속 쉬지 않고 연습했나봐

운산목장 위를 지나는 저 구름은

드넓게 펼쳐진 파란 도화지에

어쩜 저리도 그림을 잘도 그릴까나!

가을하늘 위 시시각각 펼쳐지는 무료 전시회

초대 받은 관람객이 되어 낭만을 거저 선물 받네!

어찌나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왔던지 뒷목이 뻐근하고 눈이 시려와 집에 오자마자 눈을 감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언니, 뭐해요?”

“한 숨 자야 할까봐.”

“에효~ 지금 낮잠 잘 때가 아니에요. 나와서 하늘 좀 봐 봐요. 얼마나 이쁜가. 미치겠네! 너무 이뻐서!”

미치도록 예쁜 가을하늘에서 펼쳐지는 무료 전시회에 여러분도 함께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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