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마을에서 소박한 캠핑을 

웰빙, 힐링 열풍 속에서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캠핑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캠핑 인구가 5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캠핑이 적잖은 매력이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어느 날 어느 집 캠핑 떠난다고 해서 지켜보니 챙겨가야 할 장비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이 집처럼 장비를 다 갖추고 떠나는 캠핑은 초기에 장비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을 제외하고는 저렴하게 드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반면, 번거롭지 않게 캠핑 장비가 완비된 글램핑 존도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에게 인기라고 합니다. 부대시설 까지 갖추고 편리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지만 드는 비용은 적지 않습니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캠핑 장비도 없고 완비된 글램핑도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방학중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놀이터 아이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간 밤 8시 경 두 가정이 아파트 캐노피 아래 원터치 바람막이를 간단하게 펼쳤습니다. 집이 바로 위니까 밥이며 반찬이며 쟁반에 들고 나오면 그만입니다. 나즈막한 산과 인접해 있는 이곳에서 즐기는 소풍 겸 캠핑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줍니다. 아이들은 멋있는 텐트가 아니어도 그저 지킴이 아빠, 그리고 친구와 집이 아닌 장소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흥분됩니다.

같은 하늘인데 집안에서 바라봤던 하늘과 다릅니다. 별마저도 휴가를 떠났는 지 부재중이었지만 간이 의자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하늘은 낭만 그 자체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더욱 붉게 빛나는 백일홍의 자태, 산에서 내려온 사마귀들의 행진에 흠칫 놀라면서도 각양각색의 풀벌레 소리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아파트니까 소란을 피우면 안된다는 매너 정도는 어린 아이들도 잘 압니다. 소곤소곤 종알종알되며 친구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텔레비전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핸드폰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푹신한 침대 대신 돗자리 하나 깔고 누워도 좋은 이유가 뭘까요!

어른들도 사는게 바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웃음꽃이 함께 피어납니다.

그날 밤 아이들은 지킴이 아빠와 벌레소리 들으며 입가에 웃음 가득 머문 채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전 처음 캠핑(?)을 즐긴 아이가 다음날 아침 말합니다.

"우리 오늘 또 캠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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