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은 국민적, 국가적 애도기간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온 국민이 함께 애도하였다.
우리는 그의 선종을 애도하면서, 나라의 큰 어른이 가셨다고 표현을 하고 또 큰 별이 졌다고도 표현을 한다. 무슨 수사(修辭)를 다 동원한들 그의 높고 넓고 깊은 그릇을 적절히 묘사해낼 수 있겠는가. 거룩하고 숭고한 삶을 요란하지 않게 고요하고 잔잔하게 살아온 그의 궤적을 살펴보며 추모의 정을 더할 뿐이다.


우리는 그가 보여준 종교적 화해의 노력과, 민주화 과정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독재권력을 질타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억압받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명동성당을 도피성으로 제공하고서 공권력을 온몸으로 막아내던 모습도 기억한다. 또한 빛이 필요한 어두운 곳이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불행한 이웃들 그리고 위로가 필요한 상처받은 이들에게 그가 곧 빛이요 이웃이요 친구이던 모습을 기억한다.


이렇듯 고난과 질곡이 있는 곳에, 불행과 상처가 있는 곳에, 보다 더 낮은 곳에 임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의 가슴과 우리의 역사 속에서 꺼지지 않는 횃불로, 영원히 비추는 별빛으로 간직될 것이다.
그의 삶을 회고해 보면 그 자신이 바로 실천이었고, 그리하여 벌써부터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빛이 되어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고 비출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일러 큰 별이 졌다고 하는데 옳지 않은 말인 듯하다.
뭇 별들은 바래고 지고 스러지고 하겠지만, 김수환 추기경별은 더욱 찬란히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그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기리고 추모하면서 우리는, 그가 떠난 자리를 채울 또 다른 어른을 가지고 있지 못함에 당황하고 있다.
그의 뒤를 이어 우리에게서 같은 존경을 받을 어른이 없다. 우리의 존경을 바쳐드릴 어른이 없다. 더욱 찬란히 떠올라서 비추는 그의 별빛 아래서, 그가 하던 실천적 삶을 우리와 함께할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 어찌 당황스럽다 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그러나 희망을 갖자.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어딘가에서 그런 삶을 살고 계시는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 분명 있을 것임을 굳게 믿자. 아니면 나 스스로가 그런 삶을 살아서 그런 어른이 되자는 포부라도 갖자.
다시 한 번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깊이 애도한다. 지지 않는 별로 영원히 비추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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