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여름방학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지난 주 여름방학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반기지만,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말에 아이들 할머니 댁에 맡기고 올라왔어요. 부모님들도 연로하셔서 아이들 돌보시려면 힘들시텐데 어쩔수 없잖아요. 아이들을 떼놓고 오려니까 눈물도 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직장인이 방학이라고 휴직을 할 수도 없고. 방학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려야겠죠."

"돌봄교실도 맞벌이 부부가 우선순위이기는 하지만 신청한 가정이 많아서 우리는 밀렸어요. 그래서 아빠랑 교대로 돌보기로 했어요. 아빠가 방학 기간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야근을 해야 가능한 일이에요. 힘들어도 할수 없죠. 우리는 아이들을 종일 돌봐줄 부모님도 안계시고 그렇다고 아이를 학원에 내내 방치할 수 도 없으니까요."

"우리는 아이가 셋이니 한집에 한꺼번에 맡길 수 없어서 막내는 이모한테, 큰애랑 둘째는 할머니 댁에 맡겼어요. 이산가족이 따로 없네요."

부모들은 방학을 맞은 자녀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이모 저모로 대책을 세웁니다. 

늦둥이를 둔 우리집도 예외일 리 없습니다. 당장 편집에 집중해야 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그런데 집안이 평상시와 다르지 않게 조용합니다. 집중해서 일할 수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가정과 육아품앗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향이 잘 맞는 친구 집에 가서 공부도 함께 하고, 놀이도 하고, 식사도 함께 하고 맘 내키면 잠도 함께 잠도 잡니다. 요일에 따라서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돌보기도 하고, 바쁜 요일은 한 집에서 온전히 돌봐주기로 합니다. 그렇게  마감을 하고 나면 친구 엄마가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맡아놓고 돌봐줍니다.

집에서는 혼자 놀아야 했던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 노니 행복합니다. 역할놀이를 해달라 엄마를 조를 일도 없습니다. 친구가 있으니까요. 혼자서 먹던 밥은 쫓아다니며 먹여줘도 반갑지 않았는데 친구와 함께 먹으니 맛있어서 두배로 먹습니다. 혼자 하면 지루했던 학습지도 친구와 함께하니 은근히 경쟁하면서 속력을 냅니다. 욕실에서 혼자 하던 물놀이는 지루했는데 친구와 함께 하니 특별한 놀이도구 없이도 비누 담은 보틀 둥둥 띄워놓고도 즐거워 깔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밤이 되면 헤어지기 싫어 친구랑 나란히 누워 낮에 읽은 동화책 속 이야기를 되새기며 생각을 나눕니다. 이불 속에서 잡은 두 손을 오랫동안 놓지 않습니다. 그렇게 친구와의 추억도, 우정도 쌓여갑니다.  

엄마 입장은 아이를 멀리 떼놓지 않아도 되니 보고 싶다 눈물 훔칠 일도 없으니 감사합니다. 친구랑 노니까 엄마를 귀찮게 하지도 않습니다.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쫓아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보다 일주일 내내 삼시새끼 뭘 챙겨 먹여야 할까 하는 부담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때로는 오전에, 때로는 오후에, 때로는 요일을 정해 일을 집중해서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나면 여유있게 아이들과 지낼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습니다. 엄마끼리, 아이끼리 조율하고 배려한  '육아품앗이'로 결코 짧지 않은 여름방학이 두렵지 않습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어찌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맞벌이 가정의 고민을  이 사회가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방학 맞은 아이들 걱정 없이 부모님이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또 꼭 필요한데도 신청자가 많아 밀려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정이 없도록, 이산가족이 되어야 하는 슬픈 방학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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