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바다다!”

“우리 모래를 파내고 연못을 만들자. 너희는 물을 떠와.”

몇몇 친구들이 맨손으로 모래를 퍼내더니 금새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습니다.

영차 영차 두 어린이가 둘 다 왼손을 고집하며 물을 가득 담은 양동이를 발이 엇갈려 걸으며 힘겹게 들고 옵니다. 둘 다 왼손을 고집하면 발이 엇갈려 걷기가 힘들어지니 한 사람이 양보하여 나란히 걸으면 수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여기다 부어봐.”

“아~ 안~돼~~~~!!! 물이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있어. 빨리 물을 다시 찾아내자.”

이번에는 함께 있던 어린이들이 모두 합세하여 힘겹게 담아왔던 사라진 물을 찾아내려고 땅을 파고 또 팝니다. 그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이러기를 수차례 반복해보지만 소용없습니다. 사라진 물을 되 찾는데는 실패했지만 함께 힘과 마음을 모았다는 사실이 좋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서로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주는데 젖은 모래 묻은 손으로 닦아주니 아니 닦은 것만 못합니다. 그래도 친구의 마음 서로 알고 빠진 앞니 드러내고 히죽히죽 웃습니다.

이 때 덩치가 훨씬 큰 어린이가 저만치서 손을 흔듭니다. 아이들은 이 친구가 반가운 모양입니다. 지쳤으니 힘이 센 이 친구가 사라진 물을 찾아내는 일에 도움을 줄 거라고 확신하는 듯 보였습니다.

“야, 장규영! 여기에 물이 고이게 하고 싶은데 자꾸 사라져. 도와줘.”

“이거 안되는거야.”

하고 말하면서도 혹시나 싶었는지 물을 떠다 부어봅니다. 결과는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일부러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아이들이 드디어 해냈습니다. 바다 가까이에 물이 넘실넘실 고인 웅덩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아이들은 모래는 아무리 많은 양의 물을 부어도 고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그리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까지 곁들여 배웁니다.

그렇게 탑동초등학교 1학년 2반 친구들 가족 1박2일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울상이 되어 엄마 품에 안깁니다. 함께 온 덩치 큰 친구 형에게 딱지놀이에서 이길리 없습니다. 진 아이가 딱지를 잃고 속상해 합니다.

“자, 네 딱지 여기 있어. 형이 돌려줄게. 울지마.”

4학년 형은 그렇게 1학년 동생을 배려해줍니다. 1학년 동생이 방긋 웃습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드디어 모두가 흥겨워 하는 노래방타임입니다.

한 친구가 “야이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요즘 어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구성지게 뽑아 큰 박수를 얻어내자 너도 나도 노래하겠다고 성ㅤㅎㅘㅂ니다.

“나도 노래하고 싶어.”

“나 한곡 더 할래.”

“나도 할래.”

“그럼 순서를 정해서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하자.”

아이들은 가족끼리는 마이크를 독점해도 상관없었지만 함께할 때는 아쉬워도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늦은 밤 아이들은 고단할 법도 한데 도통 잘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도 내일을 위해 모두 잠자리에 들기로 약속합니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고 눈을 꾸욱 눌러 감은 아이들의 모습이 우습습니다. 모두의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는 것도 알아갑니다.

다음날 아침 메뉴도 단촐하게 오뎅볶음에 자장밥이 전부였지만 한사람도 빠짐없이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웁니다. 아침마다 밥 먹기를 거부했던 아이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 그릇을 금방 비웠습니다. 아침밥은 무조건 먹기 싫다던 아이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1박2일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하며 몰랐던 것 알아가고, 알았던 것 다시금 되새기며 성장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잠자리에서 묻습니다.

“엄마, 밑 빠진 독에 물은 부어봤자 사라지지요? 헐~ 모래가 밑 빠진 독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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