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권 침해되더라도 아파트 입주자보다 상대적으로 보호 못받아
상업지역 일조권 적용 배제돼 건물 간격이 최소 50㎝만 넘으면 돼

“불과 1m 간격으로 지어진 옆 건물 탓에 창문이 모두 막혀 원룸 생활이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최근 당진시 읍내동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4층 8평짜리 원룸에 전세로 입주한 김 모(30·여)씨는 집에서 햇볕을 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 원룸에 입주했을 때는 햇볕이 잘 들어 겨울철에 보일러를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따뜻하고 통풍도 잘 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었다.

원룸 건물 옆에 불과 1m를 사이에 두고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건물이 들어서면서 창문을 열면 옆 건물 외벽만 보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사를 고려했지만 이 지역에서 원룸을 전세로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다른 원룸들은 전셋값도 높아 단념했다.

그는 지난 6월 28일 “최근 옆 건물이 들어선 뒤 햇볕이 안 들어 답답하고 통풍도 안 된다. 에어컨 실외기 소음이 건물 사이 좁은 공간을 타고 들어와 매우 불편하다”며 “지금은 원룸이 ‘잠만 자는 곳’이 됐다”고 하소연 했다. 

당진시가 유입인구 증가에 따라 도시형 생활주택 난립에 따른 주민불편 민원이 자주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 이씨는 옆 건물 건축허가를 내준 당진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건물주가 건축법 등 관련법을 모두 준수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상업지역으로 분류된 이 지역은 인접 건물의 일조권을 고려할 필요 없이 각 건물 간 50㎝ 이상의 간격만 확보하면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주거지역에서는 건물을 지으려면 건축법에 따라 인접 건물에 대해 2∼4시간 연속한 일조량을 확보해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씨는 피해를 본 다른 집주인들과 함께 옆 건물 주인을 상대로 서산지방법원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상업지역 내 도시형 생활주택 입주자들은 일조권이 침해되더라도 주거지역 아파트 입주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보호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옆 건물이 들어설 줄 알았으면 아예 분양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집주인들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주차난이나 차량통행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대형화재사고 위험도 높인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동주택 신축 시 갖춰야 하는 주차공간은 가구당 차량 0.6∼0.7대다. 입주자의 60∼70%만 건물 내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할 수 있고, 도시형 생활주택은 가구당 0.2~0.3대이기 때문에 입주자 중 30%만 건물 내 주차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건물 내에 주차하지 못한 입주자들이 인근 도로나 골목에 차량을 주차하면서 주차난과 차량통행 불편 등이 가중되고 있다. 도로와 골목을 점령한 차량은 화재사고 시 소방차량의 진입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지난해 1월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부상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10층) 화재사고에서는 좁은 도로변에 밀집한 고층건축물과 차량이 화재 진압과 구조활동에 장애를 초래해 대형 화재사고로 이어졌다. 더욱이 지난해 건축법이 개정돼 건축허가와 관련된 규제가 완화되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당진시 읍내동에 신축건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도로 사선 규제’가 폐지된 지난해 접수된 월평균 건축허가 신청 건수는 50여건으로 이전 수치인 40여건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최근 주거용 건물이 속속 들어서는 읍내동와 대덕동, 수청동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 밀집에 따른 민원은 지난해까지는 없었지만 최근 도로 사선 규제와 일조권이 완화되면서 민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당진시는 조례로 대지경계는 1m이고 동간 거리는 2m이지만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은 다르기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간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며 “주차장 설치 등의 관한 조례를 만들어 도시형 생활주택을 건축할 때 갖춰야 하는 주차장 공간을 확대해 나간다면 설치해야 하는 주차장 공간이 늘어나 건물의 경제성이 하락해 도시형 생활주택 난립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도입된 MB정부 부동산 정책 중 하나다. 1~2인가구와 서민 주거안정 대책의 하나로 공급이 추진됐다. 건물 간격이나 주차공간 확보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주거용 건물을 상업지역에서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내용은 원룸형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과 같지만 아파트로 이름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 비해서는 각종 안전 및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대폭 줄었다. 또한 상업지역은 일조권 적용에서도 배제돼 건물 간격이 최소 50㎝만 넘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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