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수확의 고충 알아야 썩혀 버리지 않아요" 

“방금 마늘 허고 감자 택배 부쳤으니께 받거들랑 섞어서 버리는 일 없게 허고 애기들 몸에 좋도 않은 과자 같은 것 맥이지 말고 감자 삶아서 맥이고 그랴. 너도 일허니께 마늘을 까서 쪄 얼려보내야 허는디 장마는 온다고 허지 요새 마늘 양파 캐서 들여놀라 감자 캐서 이놈 저놈한테 보낼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보냈씬게 시간날 때 쪼깨씩 까서 먹고 그랴. 인자 끊자. 느 어메 시방 집에서 기다려. 이것 저것 기껏 캐놨는디 비맞어불먼 말짱 헛것이여.”

택배 하나 부치려고 집 앞이어서 방문해 보니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 한분이 정성스레 포장한 감자와 양파, 그리고 마늘을 딸에게 보내고는 통화를 합니다.

택배사무실 앞에는 이 할아버지가 보낸 택배를 포함해 갖가지 농산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적힌 주소들을 살펴보니 부모들이 객지에 사는 자식들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우리 아파트에도 밭농사 짓는 분들, 날이 새기 바쁘게 나가 늦은 밤 귀가하여 밤 9시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저녁식사를 하는 모습을 봅니다.

요즘 제철인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부부는 오전 11시나 되어서야 겨우 아침을 먹는다고.

“주말에 친정 다녀왔어요. 엄마 일 도와드리느라 몸살이 날 지경이에요. 하루 이틀 일하고도 이렇게 힘든데 우리 엄마 혼자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고 도와드리러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사시는 옆집 할머니를 보니까 세상에 자식들한테 택배 보낼 상자가 없어서 유모차를 밀고 읍내까지 걸어 나가셔서 사가지고 오시더라구요. 마음이 아팠어요. 자식한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부모님이 심고 가꿔놓았으면 적어도 자식이 와서 캐서 가져가야하는 것 아니래요? 세상이 참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팔다리가 까맣게 그을린 새댁이 효도를 하고 왔습니다. 이 새댁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해주어 고맙고 마음이 시원했습니다. 요즘 자식들, 주 5일근무로 시간도 많아졌지만 아이들과 스파비스니 뭐니 물놀이는 가도 부모님 일손을 도울 생각은 없습니다.

자녀분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주말에 물놀이도 좋고 공원도 좋지만 한참 일손 바쁜 내 고향집을 찾아가 감자도 캐고 마늘도 캐고 풋고추도 따고 상추도 직접 따서 한보따리 갖고 오십시오. 뜨거운 날, 늙은 부모님이 유모차 끌고 읍내에 상자를 사러 가게 그냥 두지 마세요.

부모님들께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자식들 바쁘다고 따박 따박 챙겨 보내시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허리 구부려, 때로는 쪼그리고 앉아 직접 수확도 해봐야 부모님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알지 않을까요? 이 고충을 모르는 자식이 감사한 마음도 없어 아무렇지 않게 썩혀 버린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세요.

부모님,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전화하세요.

“주말에 와서 네가 먹을 것은 네가 캐다 먹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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