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주말 오후 탑동초등학교 1학년 2반 몇몇 친구들 가족이 고대 종합운동장에 모였습니다.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그저 함께 놀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가위 바위 보! 보! 보! 너랑 나랑 짝됐다! 달려!”

두 손을 꼭 잡고 달리는 아이들도, 뒤쫓는 또 다른 아이들도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마라톤 선수입니다. 온몸이 흠뻑 젖도록 몇 시간 째 뛰어다녀도 도무지 지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한켠에서는 함께 온 언니가 에스보드 타는 법을 몸소 시범을 보여 가며 설명해줍니다. 힘 좋은 친구는 보드가 움직이지 않게 잡아주고 언니가 손을 꼭 잡아줍니다.

푸르디 푸른 하늘에 드론을 날리는 아빠 주변에서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올려다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웃음소리는 아빠로 하여금 어젯밤 뒷목이 뻐근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오늘 오빠 따라 나온 여동생은 우리 오빠 친구들이 짱입니다. 우리 오빠 친구라는 언니가 손을 잡고 다니며 챙겨줍니다. 누나 따라 나온 남동생은 우리 형 친구들이 짱입니다. 어리다 배제시키지 않고 놀이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는 더디더라도 함께합니다.

“누나, 뜨거워!”
“누나가 까줄게.”

인심 좋은 한 엄마가 바구니 가득 구워 온 달걀을 후후 불어가며 까주는 형님 친구를 ‘누나’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을 형밖에 없는 한 꼬마는 오늘 알았습니다.

“나도 던져볼래.”

공을 던지면 딱 달라붙으며 잡을 수 있는 야구 놀이를 지켜보던 친구가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그래. 해봐.”하고 기꺼이 양보해 주고는 자꾸만 공을 놓치는 동생 손을 함께 잡아줍니다. 사회성발달장애가 있는 이 아이는 형 친구들 덕분에 그렇게 돕고 배려하며 함께할 때 모두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조금씩 알아갑니다.

“운동장에 아무것도 없는데 뭐라도 준비해야 되는 거 아닐까?”했던 어른들의 염려, 참 쓸데없는 고민이었음이 금세 입증됩니다. 실내체육관 옆으로 난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노라면 대퇴근육 단련에 그만입니다. 또 누군가는 쫓고 누군가는 쫓기며 그저 내달립니다. 운동장에 특별한 놀이기구가 없어도 아이들은 그저 ‘함께’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자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놀거리를 찾아내 놀 줄 아는 아이들은 모두 놀이천재입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그저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을 뿐인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더불어 행복하고 참 많은 것을 얻습니다.

“우리 아이는 언니들이 중학생이라서, 더군다나 또 작은 빌라에 살다보니까 또래 친구랑 놀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친구들이랑 저렇게 잘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는 것 만 으로도 저는 눈물이 날정도로 좋습니다.”

“우리 작은 아이가 약간의 자폐 장애가 있어서 작년까지만 해도 바깥 활동을 거의 안했었거든요. 아무런 문제없이 저렇게 잘 노는 것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이제는 움츠리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내친김에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귀가 한 우리집 녀석이 전날 밤 많이 먹어 퉁퉁 부어오른 눈, 코, 이마, 양 볼에 입을 쪽쪽 맞춥니다.

“엄마, 고마워요. 어제, 친구들이랑 짱짱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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