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딛고 당당히 서울대로…호서高 ‘정 원 희’ 학생

▲ 정원희 학생(왼쪽 두 번째)도 학교에서는 다른 학생들과 차이 없는 꿈 많은 소녀다.
흔히 뇌성마비로 알고 있는 선천적 뇌병변을 갖고 태어난 한 학생이 2009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경역학부에 지원(특수교육대상자특별전형)해 합격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호서고 3학년인 정원희(19)학생이 주인공이다.


선천적 뇌병변으로 인해 두 다리와 두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2급 중증장애인인 정원희 학생. 보통 학생들보다 훨씬 어려운 조건에서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을 정원희 학생이지만 자신과 같은 조건의 학생들이 서울대를 합격하는 일이 이번같이 화제로 떠오르지 않고 일반적인 일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꿈도 많고 그 꿈을 위해 도전하는 당찬 19세 소녀인 정원희 학생을 만나보았다.
신동원 기자 habibi20@naver.com


▲ 뇌병변이라는 장애를 딛고 당당히 서울대에 합격한 정원희 학생.
# 새로운 시작

“축하전화도 많이 해주시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솔직히 합격하리라고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합격했다고 연락이 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웃음)”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간 기자에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며 말을 시작한 정원희 학생은 요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분주하다.


“운전면허를 따려고 학원에 등록했어요. TEPS(민간자격국가공인 영어능력검정)시험도 준비하고 있고 전공인 경영학에 필요한 수학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수능도 끝나고 방학이라 여유가 좀 생긴 듯해요. 어제는 친구들과 안면도에도 놀러 갔다 왔어요.

절 아껴주는 친구들과 함께 간 여행이라서 그런지 더 즐거웠습니다”
오는 12일에 있을 졸업식을 마치면 이제 정원희 학생은 본격적인 대학생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자신의 꿈인 회계학자가 되기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다.


회계학자가 되고 싶은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정원희 학생은 망설임 없이 말을 이어갔다.
“경영학은 실질적이면서 실천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특히 회계학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죠. 잘못된 회계로 인해 큰 회사가 부도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투명한 회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회계학자가 되기로 맘먹었어요”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말하는 정원희 학생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굳은 의지가 배어나왔다.


# 든든한 후원자…

“일어서서 한 발짝 떼는 데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죠”
정 양은 그때를 회상하며 어두운 과거임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라도 걸을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장애를 이겨내지 못하고 쉽게 포기해버리는 사람들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는데 손이 굳지 않는 데 많은 도움이 된 듯해요. 지금도 오른손을 쓰는 게 조금은 불편하지만 많이 좋아졌어요. 보통 뇌성마비라는 것이 언어장애와 인지장애가 같이 와요. 그런데 전 신체적인 장애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몸이 불편하다보니 행동에 제약이 많이 따랐어요. 공부할 때도 도서관이 3층인데 혼자서 오르기엔 너무 힘들었거든요. 수업도 이동하는 수업이 많아서 불편할 때도 있었죠. 보통 사람보다 체력이 약하긴 하지만 주위에서 많이 도와줘서 항상 고마워요”
지금의 정원희 학생이 있기까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응원하고 후원해줬다.


“제가 어릴 때 신성대학에 오태영 교수님이 계셨는데 물리치료의 권위자셨어요. 그 당시 당진에는 마땅한 재활치료를 받을 곳이 없었는데 신성대학 봉사단체에 계시던 교수님이 물리치료 봉사를 나오셔서 그때 저랑 처음 인연이 된 거죠.

교수님은 7~8년 동안 그렇게 물리치료 봉사를 해오시다 사람이 많이 늘어 대안이 필요하겠다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당진아동물리치료센터’가 생겼습니다. 20여명의 아동들이 그곳에서 편하게 재활치료를 받고 있어요.

교수님이 지금은 신라대로 가셨지만 꾸준히 연락을 하고 지내요. 그분 덕에 자라면서 당진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에 합격해서 교수님도 많이 대견해 하시고 축하해 주셨어요. 항상 마음속에 교수님에 대한 고마움이 남아있습니다”


오태영 교수 이외에도 항상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가족과 친구들은 정원희 학생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들이다.


학교 친구들은 정원희 학생이 불편하지 않도록 언제나 ‘부축 도우미’가 되어 주었고, 식당에서는 대신 급식을 받아 전해주는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도서관 계단에 난간을 설치하고 3년 내내 화장실과 인접한 1층 교실로 반을 배정해 줬다.
몸이 불편한 정원희 학생을 위한 학교 측의 배려였다.


▲ 정원희 학생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들이 있다.
# 희망의 메시지…

서울로 올라가 기숙사에 들어가면 부모님 곁을 떠나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함은 물론이고 지금보다 더 큰 시련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원희 학생은 걱정하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보다 쉽진 않겠죠. 어쩌면 더 힘들 수도 있고요. 대학이란 꿈을 이루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 기회를 잡기위해 노력할거에요.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나하나 목표를 달성해가며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앞으로의 대학생활에서 정원희 학생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달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정원희 학생은 분명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희망의 마스코트가 될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 대통령을 꿈꾸며 링컨을 마음속에 간직했듯 장애를 가진 많은 학생들이 정원희 학생에게서 그런 희망과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가 결코 대단해서 서울대에 간 것이 아니에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리라 봅니다. 자신의 장애에 움츠러들지 말고 적극적인 생활을 한다면 못할 것도 없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그러면 점차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모두 잘 해낼 수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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