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디트로이트 위기에 빠진 울산시의 미래는? 

당진산업단지는 국내 최고의 온실가스 배출지역이면서 최고의 환경오염지역이다. 더욱이 미분양율이 절반가량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해안 제1의 항만산업도시는 어떻게 건설할 수 있겠는가? 이에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고자 ‘당진 산단을 첨단융합단지로 만듭시다.’라는 기획기사를 통하여 당진산단의 나아갈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인 3조 원을 냈다. 그리고 석유화학업계의 주력기업인 에쓰오일도 역시 지난해 2,58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하여 울산시는 ‘제2의 디트로이트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울산 산업단지는 국내에서 최고의 산업단지이면서 생태도시로서 면모를 갖춰 많은 지역에서는 롤 모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곳이  디트로이트와 같은 지방정부의 파산을 몰고 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니 나머지 국내 산업단지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장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울산산업단지는 항만을 낀 2개의 거대한 국가산업단지인 미포 산업단지와 온산 산업단지가 있고 8개의 일반산업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를 비롯해 한국 바스프, 듀폰코리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밀집되어 있어 아시아의 4대 생산도시로 꼽히고 있다.

울산산업단지에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왔던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3대 주력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중화학공업이란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투입되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대한 저항력이 취약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세계경제가 지속적인 불황이면 이에 따른 악영향도 크게 미치기 마련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그 악영향은 국민경제 전체에 미칠 것이 염려된다.  
울산산업단지를 주도하고 있는 석유화학업체들은 더 이상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한계성을 안고 있다. 즉 2000년대부터 중동지역은 대규모 에탄 분해설비투자를 통하여 기존의 나프타크래커보다 30- 40% 생산가격을 낮췄다. 그리고 북미지역에서는 세일가스에 기반을 둔 에탄크래커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여 2017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중국도 자국의 풍부한 석탄자원을 활용해 석탄크래커 증설에 나서고 있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업체들은 주로 나프타 원료 기반의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그리고 수출비중은 60%가 넘고 이 중 50%가량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따라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석유화학업체들의 생존에 위기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3년간 유럽과 일본의 30~40년 이상 된 노후 나프타크래커의 설비 폐쇄가 잇따르고 있어 일시적이나마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2011년까지 10% 이상을 기록하던 주요 업체들의 합산영업이익률은 2012년 이후 5%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어 이런 위기는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한편 조선 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자랑하고 있는 분야이다. 그런데 지난 2008년 2억CGT(표준화물선환산t수)가 넘어섰던 수요물량은 최근에는 절반이하로 크게 감축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이 본격적인 조선설비투자를 실시하여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사실상 중소 조선소들은 지난 4년 동안 신규 수주가 전혀 없어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다만 대형 조선소(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들만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시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조선사의 수주량 중 해양플랜트 비율이 61%이나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은 평균 20%에 불과하여 실제 이윤은 외국자본이 가져가는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또한 자동차 산업은 최근 내수시장에서는 수입 차의 급격한 성장으로 국산차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더욱이 수출시장마저도 엔저와 신흥국 통화 급변 등 환율 리스크로 영업이익률은 크게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금융위기 이후 파산, 매각, 공장 철수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일본 자동차업계도 리콜, 대지진으로 인한 공급 차질을 겪었다. 이런 공급공백상태를 이용하여 현대자동차가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렇지만 미국 자동차업체들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미래 자동차(무인자동차와 수소전기차 등)의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체력이 회복되고 있어 현대자동차그룹이 이에 도전할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국민경제를 이끌어 왔던 중화학 공업들이 구조적인 불황을 겪고 있어 울산시의 장래는 암담할 뿐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의 해결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진정 울산 산업단지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2013년 9월, 디트로이트 시는 미국 역대상 최대 규모인 185억 달러의 파산신청을 미시간 주립 법원에 제출하였다. 이로써 디트로이트 시는 이에 대한 상환계획을 수립하여 지속적인 재정긴축을 실시하여야 하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기게 될 것이다.
디트로이트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업체가 터를 잡고 있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카이다. 그런데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후 자동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고연비 소형차 중심의 세계 자동차 패턴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동차 업계들은  대형 고급차 생산만 고집해 왔다. 결국 대외경쟁력에 밀린 자동차 업체들은 대부분 문을 닫아 50년대에는 200만 명이나 되던 고용인원이 최근에는 70만 명으로 크게 줄어드는 장기 경기침체국면을 겪고 있다.
디트로이트 가계 평균 수입은 미국 평균 4만9000달러의 절반을 약간 넘는 2만8000달러에 불과하다. 주택가격은 미국평균 13만7천 달러의 절반수준인 7만1천 달러까지 추락하였다, 더욱이 절대 빈곤율이 36%에 달하고 있어 디트로이트는 회복될 수 없는 장기 침체국면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와 같이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이 파산하게 되면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정부의 재정도 큰 손실부담을 안게 된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이 그 고통을 감당해 내야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울산산업단지가 이와 같은 제2의 디트로이트가 되지 않는 방안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울산 산업단지를 되살리는 방안으로는 기존 산업을 업그레이드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과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선 기존 주력산업에 ICT를 접목하는 융복합화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즉 선박의 연비를 높이면서 충돌이나 각종 사고에 최대한 적게 노출되도록 하는 자동항법 장비와 탐지 설비를 갖추도록 하는 '스마트 십'을 개발하여 기술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석유화학 분야에선 최근 ICT와 관련이 높은 2차 전지산업에 응용되는 탄소소재인 '그래핀'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하여 지역 업체의 특화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 성장 동력과 관련해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을 추진하여 석유 에너지의 판매, 저장, 물류,·금융 등을 연결하여 석유화학업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런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들은 업체들이 여유 있을 때 평소에 준비해 왔어야 하는 일들이다. 어려울 때를 대비하여 경쟁력을 확보하여 나갈 수 있는 분야에 집중투자를 통하여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전략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의 생존전략은 수출위주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였기 때문에 마련되지 않았다.
이미 경영환경이 악화되어 적자폭이 사상 최대로 기록하는 요즈음 뒤늦게 이런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나서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울산시를 되살리는데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인지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여 8개 공공 R&D기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분원,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센터, 수소연료전지센터, 석유화학단지통합지원센터, 조선해양도장표면처리센터, 조선해양 장수명 기술지원센터, 뿌리산업 ACE 기술지원센터, 산학융합형 하이테크타운)과 70여개 기업부설 연구소가 입주시키는 울산 테크노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정부가 제시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의료헬스, 나노융합, 3D프린팅, 에너지·환경 등 미래 유망 성장산업을 발굴하여 육성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 먹고 살아가야 하는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업계가 연구기관의 도움으로 10년, 20년 기다려 기술개발을 지원받을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이다.
미래 유망 성장산업도 10년, 20년 투자하여 육성시켜 나가야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따라서 제2의 디트로이트의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어 울산시의 장래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의 환경오염지역이면서 최고의 온실가스 배출지역이고 미분양율이 절반이나 되는 당진산단은 어떻게 지속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것인가? 
결국 첨단융합단지가 되어 사용하지 않은 자원을 플랫폼을 통하여 빌려 쓸 수 있는 공유경제의 개념을 도입하여 생존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첨단융합단지 조성은 당진산업단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관건이 된다고 할 것이다.
                                    (환경전문기자 김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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