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선하지주민 36.7% 1800여 세대
법으로 정한 전기료 감면 등 혜택 못 받아

송전탑을 연결하는 고압 전선이 위로 지나가면 땅 주인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토지 소유권은 토지의 위에도 미치므로 송전탑을 세운 한전은 선하지 주인에게 평균적으로 시가의 20% 수준에서 보상을 해야 한다. 이렇게 고압 송전탑을 연결하는 송전선 아래의 땅을 '선하지'라고 부른다.
그런데 한전이 제대로 보상도 하지 않고 사용하는 땅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에서만 선하지 주민 36.7% 1800여 세대가 법으로 정한 전기료 감면 등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충남 당진의 초고압 송전선 사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전개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도시지역의 전력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당진에 현재 526기의 송전탑이 설치되어 있다. 그중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 전류가 흐르는 765kV 고압 송전탑이 80기와 34만 5천 볼트가 흐르는 345kV 송전탑이 214기, 15만 4천 볼트 송전탑이 232기가 있다.
76만 5천 볼트의 경우 일반 가정용 전기가 220볼트인 걸 감안하면 765kV 송전탑엔 3500배 이상 높은 전류가 흐른다. 이런 가운데 당진에 고압 송전탑 100여 기가 추가로 설치된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북당진과 신탕정 사이에 27기 송전탑 건설이 이미 확정됐고, 당진화력과 북당진 구간에 80여기가 추진 중에 있다.
이로 인해 당진의 도시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지가하락, 과학영농을 하지 못하고 고압송전선로 철탑에서 발생하는 극 저주파 자기장으로 인한 피해 등 부작용으로 선하지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시설·운영하고 있는 고압송전선로 선하지 주변지역 피해주민 상당수가 사업자인 한전의 소극적 대처로 전기요금 감면 등 국가가 법으로 정한 지원조차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송주법)은 전압이 34만5000볼트 이상 고압선이 통과하는 선하지역을 대상으로 주민복지시설 지원, 상하수도 요금, 전기요금 감면 등을 시설운영자인 한전이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34만 5000볼트 이상 고압선의 경우 양측 바깥 선으로부터 각각 700m 이내 지역, 76만5000볼트 이상 송전선로는 양측 가장 바깥 선으로부터 각각 1000m 이내 지역이 해당된다.
그러나 당진의 경우 송전설비주변지원법에 의해 당연히 보상 및 지원을 받을 대상은 4900여 세대에 달하고 있으나 한전이 지원하고 있는 세대는 3100여 세대에 불과하고 나머지 36.7%에 해당되는 1800여 세대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전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1800여 세대가 지원 대상에서 누락된 이유는 고압선 선하지 주변지역 지원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전의 홍보부족과 소극적 대처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신청가구에 한해서만 지원을 하고 있는 한전 측은 “지원 대상가구를 조사하고 주민설명회도 개최했지만 불참가구가 많아 마을 대표를 통해 전달하고 홍보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원대상자 세대가 대부분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원 대상 전체 주민을 배제한 한전과 마을대표 간 이뤄지는 접촉으로 부작용도 야기되고 있다. 마을 대표가 전체 주민의사와 관계없이 멋대로 지원 사업비를 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압선 선하지 지원 대상 가구이면서도 송전설비주변지원법을 몰라 신청을 못했고, 물론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는 임모(72. 석문면)씨는 “선하지 주민들의 피해를 담보로 돈을 벌고 있는 한전이 그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것은 ‘쉬쉬’하기 위한 것으로 주민들을 우습게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충남에는 모두 4150개의 송전탑이 설치돼 있다. 충남 서해안인 당진·태안·보령 일대에 들어선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서이다.
여기에는 현재 전국 765kV급 고압송전탑 902기 중 26.1%인 236기가 들어서 있다. 반면 송전탑 지중화율은 1.3%로 강원, 경북에 이어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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