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용산 재개발구역 농성 진압작전 중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농성자 6명과 경찰 17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농성자들이 건물옥상을 점거한 것이 19일 새벽 5시경이었고 진압작전 개시가 20일 아침 6시30분쯤이었다고 하니, 건물점거로부터 불과 25시간 남짓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진압작전을 시도하다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만드는 데 쓰려고 그들이 옥상에 급조한 망루에 시너를 수십 통이나 쌓아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진압을 시도하면서 충분히 예상되는 화재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하였길래 이런 참사를 빚은 것인가.


어찌하여 무엇에 쫓기듯 그렇게 급하게 무모한 진압작전을 벌린 것인지, 성급한 판단과 신중하지 못한 작전의 결과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사건의 경위와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하여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진압작전의 결정권자가 경찰청장 내정자인 김석기 현 서울경찰청장이라고 하여 그의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다. 선 진상조사 후 인책 주장과 선 인책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건 진상조사와 인책이 이뤄질 것이다. 다만 이런 참사를 놓고 또 정쟁의 구실이나 호재로 바라보는 시각을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해서도 안 되고 대립각의 날로 삼아서도 안 된다. 어떤 다른 일과도 연관을 짓는다거나 빌미로 삼으려 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이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빠른 수습과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석기 내정자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다만 시의적절한 행동이 필요하다. 만시지탄이 되어서는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참사를 교훈으로 새겨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작전 결정 이전에 안전대책부터 세우고, 안전에 이상이 없으리라는 판단이 있은 다음에 작전 실행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질서 확립과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책임진 경찰의 직무로 진압작전을 펼쳐야 할 때가 있겠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인명이 손상될 여지가 있다면 그 결정과 실행에 각별히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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