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 절반 막아 조성한 순례길
폭 좁아진 도로 시민안전 위협

당진시 합덕읍 버스터미널에서 신평방향으로 합일주유소 앞까지 32번국도가 지나는(지방도)을 파헤쳐 순례길을 만드는 공사를 놓고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순례길 공사가 진행 중인 도로는 32번 국도가 지나는 합덕읍의 중심 간선도로로 노선버스를 비롯해 대형 화물트럭이 수시로 왕래하는 교통량이 비교적 많은 도로로 현재 연접해 있는 3개의 도로와는 비교가 안 되게 좁은 도로 폭으로 개조가 되어 있다.
이유는 2차선도로를 개조해 3개의 도로(2개의 차로, 1개의 순례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차로는 지역의 발전과 교통량의 증가를 고려한다면 폭을 더 넓혀도 아쉬울 판에 규정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폭으로 좁아진 상태에 있다.
이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최근에 진행 중인 순례길 조성사업을 두고 공사의 중단과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주무관청이 안이한 처사를 보이며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계공무원은 “본 도로는 우강송산지구 도시개발사업으로 시행하는 도로공사로 ‘도로의 규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여 설계속도 50㎞/시 이하인 집산도로에 해당되어 차로폭 기준 3m에 적합하게 설치된 도로”라며 “보행자 안전과 자동차 등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서 도로와 보도를 분리하여 설치하도록 규정된 사항에 따라 추진하는 공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보고 겪은 현장은 규정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교차로에서 해당 차로로 우회전이나 좌회전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은 좁아진 차로 폭으로 인해 중앙선을 한참 물고 들어가거나 갓길에 새로 만든 경계석 턱에 바퀴가 닿기 일쑤다. 비가 조금만 와도 배수가 안 되어 물세례를 날리는 구간도 생겼다.
박모씨는 “법령을 확인한 바로는 통행량이 시속 60㎞ 이하일 경우 차로 폭이 3m25㎝는 되어야 하는데 관계공무원은 집산도로라며 차로 폭이 3m만 되면 된다는 말에 현장을 실측해본 결과 중앙선과 갓길표지선 측구와 노견을 제외하고 3m폭이 유지되는 구간을 찾아보기 어렵고, 특히 가빈장 앞은 도로 폭이 2m밖에 안되어 운행하는 운전자들이 순간적으로 느끼는 당혹감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며 “더구나 이곳은 솔뫼성지로 가는 관문으로 성지순례로 많은 버스들이 지나가는 곳인데 이런 비좁은 도로가 과연 외지에서오신 관광객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걱정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차로가 있는데 어느 날 다른 3개의 차로와는 비교도 안 되게 1개의 차로를 위험할 정도로 좁혀놓고는 ‘이게 규정에 맞게 설치된 도로’라고 한다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라며 “무엇보다 이 도로를 날마다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안해서 시정을 여러 차례 요구하고 있는데도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결국 빗발치는 민원제기에 당진시는 8월말 준공 검사 이후 공사해 놓은 인도를 50cm정도 좁혀 도로폭을 넓히는 공사를 재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도로정비에 수 천만원의 예산이 또 투입된다. 처음부터 근시안적 공사를 진행한 결과다.
주민들은 “시민 편의를 위해 시행한 공사가 오히려 불편을 끼치거나 사고위험을 불러와 재시공되는 등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며 “처음부터 세심하게 따져 설계 및 시공을 하지 않는 바람에 중복공사를 하게 돼 시민혈세만 낭비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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