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대부분 ‘싫다’…‘원하거나 보충 요구될 때 필요’
인성교육, 진로교육…지역사회 함께 고민해야
영어 교육 지원 확대 돼야

▲ 방학을 맞아 놀고 있는 초등학생들
◇ 당진 초등학생 사교육

올해 6학년에 올라가는 A학교에 다니는 이모(13) 학생은 방학 중에도 피아노 학원에 다닌다. 몰론 그 외 시간에는 집에서 놀지만 부모의 권유로 학원에 다녀야 한다. 이모 학생은 학원에 다니는 것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모 학생은 “학원 다니기 재미없어요. 그냥 시켜서 다녀요”라고 말했다.
올해 5학년에 올라가는 B학교에 다니는 권모(12) 학생은 영어와 태권도 학원에 다닌다. 어렸을 때부터 학원에 다녔다는 권모 학생도 학원에 다니는 것이 그리 즐겁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기자의 “학원 다니는 것이 좋니?”라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당진군에도 학원을 1 곳 이상, 많게는 3 곳 정도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많다. 오히려 학원에 안 다니는 학생들이 소수이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엄마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면서도 초등학생 때는 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많았다.


올 해 6학년에 올라가는 자녀를 둔 당진읍 김모(43)씨는 “아이들이 학원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아이는 이제 익숙해져서 혼자 알아서 잘 간다”고 말했다.


5학년과 3학년 아이를 둔 송산면 박모(38)씨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분명한 생각이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많은 학부모들은 주소지를 이전해서 읍내의 초등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송산지역의 학교에 아이들을 보냈다.

시골이라 학교 주변에 유해환경이 없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시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학원은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보내주었다. 현재 5학년인 큰 애가 3학년 끝 무렵에 ‘영어 성적이 잘 나와야 하니, 영어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을 때 비로소 보내줬다. 내 교육관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하지만 모험을 해서라도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놀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5학년과 3학년 아이를 둔 대호지면 임모(43)씨도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읍내와 시골 지역이 차이가 많이 나고 읍내는 사교육을 많이 시킨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이가 미술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을 때 보내려고 했는데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못 보낸 경우는 있었다. 일부러 강요해서 보내지는 않는다. 단지 학교 선생님이 ‘아이의 음악 이론 학습을 위해 피아노 학원에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서 피아노 학원에는 보냈다”


사교육의 문제는 당진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나라 교육 전체의 문제이다.
심각한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지출만은 줄어들지 않는다. 물론 사교육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학원은 아이들에게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들을 가르쳐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또한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학업 난이도가 높아지고, 대입 경쟁이 심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C초등학교의 최모(55) 선생님도 사교육의 필요성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혹은 영어든지 아이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과목은 학원에 다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보충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과도한 사교육,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사교육이다.


송산면 박모씨는 “엄마들은 귀가 얇다. 어떤 엄마가 이거 한다고 하면, 다른 엄마도 따라한다”고 말했다.
대호지면 임모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근본적으로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치우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문제이다. 그리고 ‘다른 집 애가 이걸 하니까 우리 집 애도 이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불안 심리도 문제다”


C초등학교의 최모 선생님은 부모들의 과도한 욕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방학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호주 등 해외로 아이들을 영어 연수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있다.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자기 아이를 최고로 만들려는 부모들을 많이 본다.

아이들마다 각자 주어진 재능이 다르다. 공부에 소질 있는 아이는 교수나 판·검사로 키워야하고, 운동에 재능 있는 아이는 운동 선수로, 만들기를 잘하는 아이는 공예가로 키워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재능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모두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생각이 잘못됐다.

부모들이 올바른 교육관을 갖도록 부모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러한 사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경쟁을 강조하고, 명문대에 진학한 후 이른바 유망 직업을 얻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회 구조에 있다.

또한 그러한 분위기를 바꾸려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무한 경쟁만 강조하는 교육 정책에도 큰 원인이 있다.
하지만 결국 부모의 권유와 사회 분위기에 따라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얻었어도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어 했던 것을 하지 못하면 행복해 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주관을 갖지 못하고 분위기와 환경에 휩쓸린 채 과도한 욕심과 불안으로 필요 이상으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스스로를 반성해야 한다.


사회 구조와 교육 정책이 쉽게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에는 부모들이 소신을 갖고 초등학생만큼은 아이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교육만 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 당진 초등교육의 현실

기자는 당진에서 오랫동안 초등교육에 몸담아 온 김모(58) 선생님을 만났다. 그로부터 당진의 초등교육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들었다.
먼저 영어교육에 대해 말했다.


“원어민 선생님이 5·6학년은 전 학생을 대상으로, 4학년은 희망자만 20명 모집해서 가르쳤다. 4학년 학생들은 7명만 남고 나머지는 그만 두었지만 남아 있는 아이들은 재밌어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호응이 괜찮다. 아쉬운 것은 배정받은 원어민 선생님이 다른 학교에도 가서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한 명을 전적으로 배정해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1·2학년에 대해서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5명 정도라도 선발해서 교육을 시킬 예정이다. 그러면 굳이 외국에 나가서 영어 연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원어민 선생님과 공부하다보니 영어에 대해 친근감을 갖게 됐다”


중국어 교육은 아이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한다.
“무료로 가르쳐서 그런지 아이들이 안하려고 한다. 학원을 더 선호한다”
진로 교육은 실질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교육이란 학부모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모두 공부 잘하는 아이로만 키우려고 한다. 아이들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살펴보고 이에 맞게 어려서부터 부모들이 잘 이끌어야 한다. 부모와 학교는 아이들의 재능을 파악해 이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방과 후 학교는 아이들이 대부분 학원에 가는 바람에 처음 시도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한다.
인성교육에 대해서는 더욱 안타까워했다.


“요즘 애들은 들은 척도 안한다. 혼내면 아이들은 ‘왜 혼내냐’고 하고, 학부모들은 ‘왜 우리 아이 기 죽이냐’고 한다. 학교에서 지도하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예전 80년대 후반, 한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근가면서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엄하게 지도하는 선생님이 있으면, 박카스 한 상자를 사다 줘라’고 말했다. 자기 자녀도 아닌데 아이들을 엄하게 지도하는 사람은 선생님뿐이다”
교사의 질 문제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의 열의 문제라고 했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 외지로 가지 않고 당진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 지역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초·기본 학력보장제에 대해서는 아이들을 나머지 공부시키는 것에 대해 부모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현재 예산에서 지원되는 작은 수당을 받고 선생님들이 방과 후에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나머지 공부를 받는 아이들 중에 결손 가정 아이들이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당진외국어교육센터에서 실시하는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교육 자체는 좋지만 교통편이 문제라고 했다.


“매회 3~4명을 보낸다.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을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하고 교육이 잘 이루어진다. 하지만 교통편이 문제다. 선생님이 개인 자가용으로 데려다 주고 있는데, 그러면 1교시 수업에 지장이 생긴다. 개선됐으면 좋겠다”


초등교육에 대해 지방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입시 부담이 다소 적은 초등교육에 대해서만큼은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가지며,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다양하면서도 더욱 질 높은 교육을 받도록 하는 데 지역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아이들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진로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환 기자 seagull197@naver.com

▲ 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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