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붕 새누리당(충남도당) 문화특별위원장/ 한국M&A투자협회부회장

‘샌드위치 위기’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정을 말할 때 자주 쓰이곤 한다. 산업기술적으로는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상황을 말할 때, 정치외교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입장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도입문제와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논쟁이 벌어질 때도 샌드위치론이 거론되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면 샌드위치는 일거양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샌드위치가 되어가는 당진
샌드위치 위기론과 기회론이라는 말이 우리당진의 상황과 대비되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대 들어 한참 성장가도를 달리던 당진경제가 요즘 주춤하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의 지구지정이 해제되고, 석문국가산업단지가 여전히 20% 정도 분양에 그치며 텅 비어있다. 합덕산업단지도 여전히 기업들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시작된 송산2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도 좌초위기에 놓여 있다. 더불어 서민경제도 바닥을 기고 있다고 한다. 시내는 물론 송산 석문지역의 원룸촌도 빈방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진은 이미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땅으로 여기고 있다. 기업을 끌어들일 전략이나 유인책도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당진은 미래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당진항은 기업들의 화주전용부두가 대부분이다. 물류센터를 확보할 배후단지가 없다. 종합항구로 발전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매립으로 조성된 거대한 땅은 절대농지로써 산업단지를 둘러싸고 있다. 홍보 이벤트로는 기업을 유치할 수 없다. 게다가 수도권 규제완화 추가조치로 기업들이 비싼 이전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당진으로 옮기길 꺼려하고 있다.

100만 도시를 꿈꾸는 평택
우리당진과 함께 아산만을 끼고 경쟁하고 있는 평택은 인구 100만 도시를 꿈꾸고 있다. 삼성이 약 17조원를 투자하여 130만평이 넘는 사업단지를 만들고 있고 LG, SK 등 대기업들이 가세하고 있다. 이미 평택항은 종합 무역항으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평택항은 중국-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항로, 중국과의 카페리항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의 자동차 수출입항으로 자리잡은 평택항의 자동차 선적장에는 자동차가 빼곡이 줄지어서 있다. 이렇게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수도권과 가깝고 교통인프라가 좋은 입지조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평택을 우리 당진과 비교해 보면 입지조건이 특별히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바로 비전과 의지의 차이인 것이다.

서해안 중심을 꿈꾸는 서산
한편, 요즘 서산이 들썩거리고 있다. 서산시와 충남도는 국제여객선 취항을 앞두고 있는 대산항을 ‘환황해권 신중심항만’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당진-대산간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민간비행장을 유치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다. 서산 발전의 모티브(동기)와 동력을 대산항에서 찾고 있다. 대산항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세미나를 오는 9월 연다고 발표했다. 서산시는 충남 유일의 종합무역항으로 중국과의 최단거리 무역항인 대산항 발전을 얘기하면서, 대산석유산업단지를 말하고 고속도로를 추진한다. 자동차산업단지를 키워가고 있고, 항공산업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중국은 물론 멀리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까지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얼마나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가? 수도권 규제 완화의 악영향(피해)은 당진보다 서산이 더 클 것이 뻔한데 말이다.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 당진
그런데 지금 당진은 그야말로 평택과 서산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당진이 서산이나 평택에 비해 입지조건이나 잠재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있고, 당진상주고속도로가 있다. 당진항이 있고, 뒤에는 드넓은 땅이 있다. 해상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평택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서산이 부러워하는 입지조건이고 교통인프라이다. 앞으로 당진천안간 고속도로가 뚫리고, 서해안복선전철로 김포공항과 일산까지 연결되고 경의선으로 이어지며 신의주까지 연결될 수도 있다. 천하제일의 복된 땅이 바로 당진이다. 문제는 미래에 혜안으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긍정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있다. 우리는 그간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서해안시대의 중심도시, 당진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백지계획(가로림만 프로젝트)’을 통해 당진지역에 100만 도시건설 계획을 수립했었다. 또한, 1980년대 ‘서해안시대’를 입안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서울대학교 최상철 명예교수는 당진에서 열린 강연에서 ‘서해안시대의 중심은 바로 당진’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당진의 미래는 생각(아이디어)에 달려있다’고 말하며 ‘꿈의 크기가 당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맞다. 누구를 탓하는 데 쓸 시간이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당진은 큰 꿈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미래당진의 중심에는 서해안이 있고, 현재의 당진에는 사통팔달의 교통 인프라가 있다. 산업의 쌀인 철강과 에너지가 생산되고 있으며, 민족의 주식인 최고 품질의 쌀이 있다. 중국이 코 앞에 있고, 통일이 다가오고 있다. 옛날부터 중국과의 자연항로가 발달돼 있었고, 70년대에는 북한 간첩선이 자주 출몰할 정도로 북한과의 항로개발에도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래 통일시대를 만들어가는데 한-중-북한의 삼각무역지대를 만들어 핵심적인 전초기지가 될 수도 있다. 꿈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당진에 필요한 것들
이제 미래환경에 맞게 당진의 비전과 산업도 재편해야 할 때이다. 수도권에서 해야 하는 산업이 있고 당진에 맞는 산업이 있다. 긍정적으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진이 찾아야 하는 산업은 몇 가지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 첫째, 파급효과가 커야 한다. 공장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차, 2차, 3차 협력업체로 수직수평적 협력효과가 큰 산업을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러개의 연관산업을 끌어올 수 있는 산업이어야 한다. 항공관련 산업이나 첨단레져선박산업, 완성차 조립공장, 최첨단융복합산업과 같은 기계조립업종이 대표적이다. 그래야 합덕 등 다른 산업단지에도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둘째,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효과가 커야 한다. 물류와 관광산업이 대표적이다. 셋째.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땅값이 싸서 오는 공해업종이나 사양산업은 장래에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넷째, 당진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플러스가 돼야한다. 다른 지역에 있는 본사를 당진에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것을 빼앗아 오면서 출혈경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새로운 가치를 찾고 만들어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Grand-Design Dangjin
그러나 이런 조건의 기업이나 산업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어렵다. 넓게 보고 깊게 보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만들어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찾아오게 될 것이다. 우선, 서해안시대의 중심을 당진이 잡아가야 한다. 서해안시대의 핵심은 물류산업이다. 물류산업기지로서의 당진의 가치를 찾고 기업들을 찾아나서면 빛을 볼 것이다. 둘째, 중국기업들의 역수입생산기지로 만들 수 있다. 중국사회가 발전하면서 앞으로도 엄청난 시장이 생길 것이고, 중국기업의 마케팅력과 한국기업의 생산력을 결합한 ‘메이드 인 코리아’산업기지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중국의 항공산업 발전에 대비한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중국의 민간항공산업은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다. 항공산업은 안정적인 사업활동이 보장돼야 한다. 고급인력이 계속 지원돼야 한다. 이는 중국의 국내사정을 봐야하고, 대외정책을 봐야 한다. 중국은 금융, 문화, 기업 등 모든 면에서 대외확장지향적인 정책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다. 넷째, 포괄적 에너지산업이다. 이는 북한개발을 위한 중국기업의 전진기지가 되기도 할 것이다. 다섯째, 이런한 조건들을 만들어가려면 땅과 바다와 부두에 대한 용도와 미래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그랜드 디자인)가 있어야 한다. 여섯째, 당진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관광산업의 토대가 마련된다. 역사도 산업이다. 역사는 현재의 당위성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7세기 혜초스님이 당진을 통해 당나라 유학길을 떠났다는 것은 불교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에 평택은 평택항에 혜초기념비를 세우고 실크로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실크로드 이미지를 특화해 나가고 있다. 일곱째, 도비도와 난지도를 중심으로 관광산업, 대호간척지를 중심으로 농업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앞으로의 역사를 만들어야
우리민족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많은 것이 함축된 지명을 갖고 있다. 먼 옛날 당진(唐津)은 외국과의 교류 중심지였다. 외래문명의 유출입구였던 내포지역의 중심이었고 사람과 물자가 왕래하던 과거의 종합무역항이었다. 아마도 삼국시대에 당진사람들은 어느 도시사람들 보다도 국제적이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이름에 걸맞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이 시대 당진사람들의 사명이다.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들이 그랜드 당진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인정해 줄 정도로 지금 역사의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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