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로 들어서자마자 국민들은 참 진기한 구경을 하고 있다. 그 진기한 구경이란 두 말 할 것도 없이 국회가 보여주는 한 판 놀음이다.


모 일간지에서 표현한 ‘국회 난동 사건’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해머나 전기톱, 소화전 호스나 소화기 분말 등은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등산용 자일이니 쇠사슬이니 하는 말을 입에 담고 싶지도 않다. 그 모든 소품으로 한 판 벌린 활극을 끝내고 국회를 떠나며 보여준 그들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힐 뿐이다.


그렇게도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한껏 폼을 잡아 기념촬영을 하고 서로서로 뜨거운 격려의 악수를 나누며 국회를 떠나는 그들의 전혀 진지하지도 않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모습에서는 아무런 희망을 엿볼 수가 없다.


어찌 그게 파이팅을 외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격려의 악수를 나눌 일이란 말인가. 국민 앞에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통절히 반성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다시는 이런 난장판을 보여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 (국회의사당)로텐더 전투에서 안경을 깨먹어서 상이용사로 인정됐다”는 농으로 전공 자랑을 했다니, 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래저래 국민만 피곤해진다.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하는 모습은 당치도 않다. 절대로 승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형국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 아니라, 패자만 있는 형국이다.


“국회 격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 조기에 타협을 이루지 못한 자유선진당을 포함한 모든 정치권이 국민 앞에 패자”라고 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말이 일리가 있다. 면목없는 패자이기를 따지자면 한나라당이 가장 처참한 패자일 것이다.

다수당인 여당으로서의 힘도 박력도 포용도 관용도 어느 것 하나 가진 것이 없는 오합지졸의 집합체임을 만천하에 유감없이 드러내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러고도 모자라서 여전히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민주당이라고 착각의 도취에 빠져있을 여유가 있는가. 반대할 것은 하더라도 찬성할 것은 빨리 찬성해서 일을 진전시키고 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대화와 타협의 장에 먼저 나서라. 더 이상은 민주당이 민생과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를 바란다.


한나라당은 하루빨리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나가 되어도 힘을 받기가 쉽지 않은 터에 동상이몽의 한 지붕 두 가족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도 이룰 수도 없다. 국민이 만들어준 다수당인 여당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는 국민들이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더 이상 쓴웃음을 강요하지 말도록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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