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감리교회 방두석 담임목사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을 아십니까? 국어사전에는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인생의 무상(無常)함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이별의 아쉬움을 일컫는 말’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우리 인생은 출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별과 떠남의 연속이니까요.
하나님의 섭리로 인해 이별의 첫 시작은 누구나 같은 모습입니다. 혹시 눈치 채셨나요? 그것은 당연히 어머니의 자궁과의 이별이죠. (저도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열 달 동안 참 따듯하고, 안락하고, 걱정이나 근심도 없고,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먹고 살만했는데(?) 때가 되어 밖으로 나와 보니 이 세상이란 곳은 그 첫인상부터 매우 낯설고 왠지 차갑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그만 울음을 터뜨렸죠.
대부분의 인생은 이렇게 난생처음 이별(떠남)의 첫 경험을 시작으로 가정을 떠나 유치원으로, 유치원을 떠나 초등학교로, 초등학교를 떠나 중학교로, 중학교를 떠나 고등학교로, 고등학교를 떠나 대학교로, 대학교를 떠나 직장으로 직장을 떠나....... 결국 인생의 마지막 날 이 세상을 떠나게 되겠죠. 그러고 보니 인생은 이별과 떠남의 연속이라는 말이 새삼 살갗에 와 닿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공교롭게도 이 땅 모든 인생의 이별의 시작과 끝이 모두 같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모든 사람은 모태로부터의 이별로 시작하여 이 세상과의 이별로 마치게 되고, 뿐만 아니라 그 처음과 마지막 이별은 늘 울음과 함께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우리들의 이별은 항상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떠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이별과 떠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괜히 우울하고 착잡하신가요? 그럼 화제를 바꿔 위의 상황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바로 ‘이별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진다’는 사실!
어머니 자궁으로부터의 이별은 아빠와 형제들과의 만남으로, 유치원 친구들과의 이별은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 직장 동료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이별은 헤어짐의 아쉬움만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의 설렘과 기쁨이 있다는 것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관문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또 아쉬운 이별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니, 당당히 맞이해야 합니다. 12월과 이별해야 하고, 2014년과도 이별해야 합니다. 매년 이 즈음이 되면 아쉬움과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들지만 그러나 당당함과 소망으로 2015년 1월을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해야 합니다.
성경에 3년 동안 열매를 맺지 못한 나무를 찍어버리라고 명령한 주인에게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줄 것이니 금년에도 그대로 두어 마지막으로 1년 더 기회를 달라고 애걸하는 종 때문에 살아남게 된 무화과나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12월, 또는 2014년과의 이별을 마냥 아쉬워하며 애틋한 감상에 젖어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정신을 바짝 차리고 2015년 새로운 1년이라는 기회를 한 번 더 얻었기에 비장한 각오와 결단으로 새해를 만나야 합니다.
당신의 수없는 이별과 떠남이 슬픔과 눈물과 아쉬움만이 아닌 새로운 만남의 기쁨과 웃음과 만족함으로 이어지길 응원합니다. 파이팅!!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