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 해가 밝았다. 새 세상이 열린 것이다.
작년 한해는 유난히 길고도 험했다. 옛적 보리고개를 넘던 시절의 하루해는 어찌 그리도 길었던지. 제 역할을 마치고 이제는 역사의 갈피 속으로 접혀 들어가고 말았지만, 어제 끝난 무자년이 꼭 그때 같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 일년 365일의 대장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한 해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계획을 세우고 판을 짜고 그렇게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새해에는 또 참 많은 기대를 갖게 된다. 지나간 해가 길고도 험했다면 거는 기대는 특히 더 많게 된다.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마무리되지 못했거나 시작만 하고 말았던 일들이 기대를 저버리게 하기도 한다.


새 해에 거는 기대는 많고 크다. 해야 할 일도 언제나 태산같이 쌓인다.
새해 아침이 되면 수많은 화두들이 회자된다. 그만큼 원망(願望)이 크고 간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못 다한 아쉬움이 큰 때문이기도 하다.


기축년 한 해 대화와 타협을 주문해본다.
금년은 소띠의 해다. 소는 부지런하다. 급하지 않지만 꾸준하다. 한번 시작하면 어디까지든지 끝이 나올 때까지 가고야 만다. 꾀부릴 줄 모른다. 해코지 할 줄도 모른다. 묵묵히 제할 일만 한다. 우직하다. 한결같다. 소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하겠다.


대화합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를 기대한다. 사회 각계각층도 마찬가지이겠으나 특히 정치권이 이렇게 해주기를 소망한다. 국민은 정치권이 잘만 하면 모든 일이 순리대로 잘 풀려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종합예술이다. 기(技)가 아니고 예(藝)인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빼고서 정치를 논할 수는 없다. 그런데 대화와 타협 없이도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곳이 있다. 우리의 국회가 그렇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치는 없다. 대화도 타협도 없으니 정치는 실종된 가운데 정당 정파만 편을 가르고 무리를 지어 극한 대립으로 시간만 잘라먹고 있다.


작년말 무자년의 끝자락에서 국제적으로 우세를 사고야 말았지 않았는가. 난장판 국회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활극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다시피 했으니 국민은 낯뜨겁고 부끄러워 나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국민을 면목없게 만들어 놓고도 국회는 반성의 여지가 없는 듯하니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디딜 수가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렇게 동서고금에 없는 정체불명의 행태를 보이면서 그걸 정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에 빠져있는 이들의 모양에 국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정치의 대화합 여,야의 대화합을 주문한다. 여도 야도 혼자만 살아남을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되지 않는가. 함께 살아야 한다. 정치판에서 여건 야건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상생의 정치란 그래서 생겨난 말이다.
먼저 한나라당의 화합을 그리고 민주당의 화합을 기대한다. 수신제가가 먼저다.


내부 대립과 정파갈등으로 우왕좌왕해서는 무슨 일인들 해낼 수 있겠는가. 내부 의견조율도 제대로 되지 못한 상태로 무슨 협상이 되겠는가. 이래가지고서야 당연히 협상부재일 수밖에 없다.


거대 여당이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부 갈등 때문이 아닌가. 집안이 조용하고 결속이 되어야 나가서 힘을 쓸 수 있는 법이다. 내부결속 없이는 전술상의 공격도 수비도 제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내부조율이 먼저 되어야 포용이든 관용이든 양보든 내밀 카드를 준비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여당은 여당다워야 한다.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거대여당이 소수야당에 발목을 잡혀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서야 무슨 변명인들 통하겠는가.
기축년에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어떤 식으로든 국가를 위한 결단과 역할을 해야한다. 더이상 침묵에 잠겨있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좀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큰 이득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포용의 미덕을 보여줄 때이다. 자신의 이미지와도 잘 맞는 일이다.


소수야당이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은 무엇인가. 일사분란하고 일관성 있는 행동과 정책, 주장 등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서 타협도 하고 오히려 양보도 할 수 있는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국민의 모든 정서는 소수에 점수를 더 주고, 약자에 응원을 보낸다는 걸 정녕 몰라서 극한의 추태를 연출하는가. 물론 손바닥이 마주치니 소리가 났을 터이다.


오월동주를 아는가 모르는가. 원수끼리도 위기 앞에서는 상생의 길을 찾는데, 정치의 파트너끼리 배를 난파시키고 함께 죽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정신을 똑바르게 수습해야 한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이 없다. 이러다 회생불능의 상태에 금방 빠져들게 될지도 모른다.


국회가 민생을 살리기는커녕 한 치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민생의 발목을 잡고 경제의 숨통을 조여서야 되겠는가.
대화합이 절실한 때이다. 이분법이나 양극화, 이념대립이나 색깔논쟁, 계층갈등 모두 접어두고 대화합의 장을 펼쳐야 한다. 그리하여 민생도 살리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 다른 모든 것들은 다 그 다음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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